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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여성 Sep 19. 2020

제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얼마 전 길을 걷는데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자세히 보니 경찰차까지 출동하여 성인 남성 두 명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지나가야 하는 길이라 그 길을 지나가는데,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만 하시면 되잖아요. 왜 사과를 안하십니까"라는 말이 들려왔다. 상대방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고 남성분은 "그럼 저 진짜 끝까지 가요. 끝까지 가봅시다"라고 말했다.



 볼 일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 귓가에 저 말이 맴돌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났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거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상대방의 예민함을 이유로 들며 뻔뻔하게 구는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제때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만 있었다면, 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을까?


직접적으로 불쾌하고 언짢은 감정을 드러내도 "장난이야" 한 마디에 본인의 양심까지 팔아넘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씹고 넘겨버리는 사람들을 겪으며 누구한테 쉽사리 장난을 치거나 편안하게 대해주는 일이 적어졌다. 우리 사이에 선이 있다는 것을 항상 알려준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어서 잘 웃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쿵짝을 맞춰준 게 아닌데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세상에는 멍청한 사람들이 많았다. 본인 기준으로 사과를 하고는 "난 미안하다고 했는데 걔가 예민하게 구는 거야"라고 말한다. 사과란, 본인 기준에서 만족하는 정도로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사과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혹은 들 때까지 해야 한다.


상대방이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장난, 친한 사이라서 하는 욕,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로 하는 막말, 오지랖 부리며 하는 충고나 조언 등 모두 도를 넘고 선을 지키지 못하는 말과 행동들이다. 했었다면 사과를 해야 하고 하고 있다면 멈춰야 하고 할 예정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사과는 더욱 그렇다. 잘못을 했으면 이유 막론하고 인정을 한 뒤, 진중하고 겸손하게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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