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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Jan 12. 2021

03. 기적의 아침은 찾아오지 않았다.

미라클 모닝(할 엘로드)을 읽고,

2021년 1월 10일의 나의 기적의 아침은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부터 그랬던 것과 같이 나는 5시 알람을 손목에서 느끼고(알람을 위해 애플 워치를 차고 잔다. 손목의 몇 번 진동으로 일어난다. 어쩌면 이것은 기적일지도) 일어났다. 오늘은 약간 머뭇했지만 그래도 잘 일어났다. 근 20년 동안 이렇게 스스로의 선택으로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20년 전에도 엄마가 깨우지 않으면 도통 일어나질 못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할 공부가 쌓여있어 불안하고 불편해서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날 들.

그 날들의 습관으로 어쩌면 나는 계속 거의 마지노선까지 미적대다 일어나는 것 같다. 밤에 누워 최대한 놀다가 잠이 드는 것. ‘지금은 일어나야 할 시간’처럼 ‘지금은 _마땅히_자야 할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고 지금 아니면 못 논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놀다가 잠이 들거나, 취해서 잠이 들거나, 피곤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잠은 온전히 쉬는 시간. 머리와 위장, 긴장하던 몸 구석구석까지 다 쉬게 해주는 것인데, 그것에 한 번도 정성을 다한 적이 없었다. 밀리고 밀려 나의 하루 제일 마지막을 소중히 다뤄주지 못했던 것이다. 쓰다 보니 갑자기 나한테 미안해지네.

기적 같은 아침은 밤부터 시작된다. 아니 그전에 시작된다 해야겠다. 좋은 휴식을 위해서는 휴식하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잠들기 네 시간 전, 여섯 시간 전까지 먹는 것을 마치라고 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이다. 일단 남편은 8시 근처에 들어오고 식사를 그때 하는데, 보통 열 시 정도에 자야 새벽 5시까지 7시간 수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야식을 더 이상 하지 않고, 그 시간에 하는 식사도 무겁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잠을 자는 사이에 모두 쉬는데 위장도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조금 더 일찍 먹고 식사 3~4시간 후에 잠이 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저녁시간에 소란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내려 신경 써야 한다. 감각을 늘 자극을 받는 중이다. 섬세하고 예민한 것은 나쁘지 않지만 나는 특히 잔상과 느낌이 많이 남는 편인 것 같다. 신나게 떠들다가 바로 푹 잠드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 노력 중이지만 이틀에 한 번은 실패하는 중이다. 같이 잠자리에 드는 어린이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여간 소란스러운 게 아니다. 양치하면서도 잠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아니 그 모든 것을 하기 전에 일기를 쓰면서도 끊임없이 기운찬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들썩인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컥 화가 솟구쳐 오를 때가 많다. 화가 나면 다시 가라앉히고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력, 노오오오오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 명상하고 더 떨어져 바라봐야 한다. 내가 아닌 것에 나를 투영하지 말 것. 나의 마음대로 하려 하지 말 것.

그럭저럭 잘하고 있는 날 들이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 일요일까지 매일 5시 알람에 일어났고, 매일 명상을 했고, 짧고 긴 독서를 했고, 일기를 쓰거나 이렇게 글을 썼고, 요가를 했다. (오늘은 요가 대신 이렇게 일주일의 소회를 적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의 아침은 찾아오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나의 의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기적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때 찾아오는 게 아니라 진부하지만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미라클 모닝을 일주일간 읽고 실천하고 오늘 그 책을 마무리하면서 깨달은 아주 평범한 진리는 ‘기적 또한 나의 의지’라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일찍 일어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들을 생각했다. 질 좋은 수면이 나를 침대에서 일어나게 해 준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해서 나의 몸과 정신이 준비를 해야 한다. 몸은 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정신은 긴장을 서서히 풀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녁시간을 잘 보내야 하고, 그전에 낮시간 동안 할 일을 밤까지 미루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로 하루 종일 붙어지내는 어린이의 좋은 낮시간을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에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시간이 되어 급하게 깨우는 것이 아니라 엊저녁 나와 같이 잠들어 충분히 자고 일어난 어린이에게 따뜻한 아침을 만들어 준다. 급하게 침대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옆에서 꿈 얘기를 나누고 팔다리 마사지를 해준다. 이 모든 것이 조금 더 좋은 내가 되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너를 위해서 라고 생각하면 내가 희생하는 일이 되지만 나를 위해서 라고 생각하면 소중한 순간이 된다.

이 좋은 아침의 순간들을 남편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오늘 한 숨의 잠을 더 자는 것이 더 좋다는 마음도 이해한다. 강요하지 않으려 한다. 내 아침이 쌓여 내가 책을 읽어 느낀 모든 것을 나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를 바꾸는데 30일이 걸린다고 할은 말했다. 정확히 23일 후, 바뀌기 시작한 내가 또 누구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그리고 그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하기를.




정말 작은 노력으로 나를 바꾸고 싶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가 아니라 아침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게 해주는 책.

나의 새벽은 일어나서 5분의 침묵(silence), 나의 다짐의 말 읽기(affirmation), 성공한 나를 상상(visualization), 아침 짧은 감사의 일기 쓰기(scribing), 영감을 주는 독서(reading), 하타요가(exercises)를 순서대로 했다. 일주일 동안 다짐의 말은 더 구체적으로 성공한 나를 좀 더 명확하게 발전시켰다. 아침에 감사할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를 칭찬하기 시작하면 나를 구성하는 모든 나의 것들을 감사하게 된다. 독서는 꺼려하던 자기 계발서를 읽으려 노력한다. 의식하고 깨어있기. 평생의 숙제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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