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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Jan 17. 2021

04. 내가 요가하는 이유

즐거웠던 어제를 보내고 불편한 아침을 맞이 했을 때

일어나기 힘들겠다 생각하면서 잠들어서 그런지 두세 번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 남편이 남은 일을 마치고 침실로 들어왔고 기척에 잠시 일어난 나는   모금 마시고 다시  쏟아져 잠들었다. 그러다 결국 속이 불편해서 깨버렸다. 아마도 저녁에 먹은 회와 맥주  모금이 좋지 않았던  같다고 생각했다. 작년 초에 체질에 바다 생선이 몸에 맞지 않을 거라 진단받고 예전처럼 먹지 않았는데, 점점 생선을 메인으로 먹는 날이면  불편하다. 게다가 요즘  마시지 않던 술까지 마셨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즐거움을 얻고 숙면을 잃었구나.

이미 벌어진 일이라 되돌릴  없으니 후회는 하지 않는다.(진짜 맛있었다. 겨울 방어와 신선한 고등어 ) 하지만 반성은 제대로 해야겠지. 차를 _의식적으로_많이 마셔야   같다.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면 뜨겁게 차를  마셔야겠다.

그러고도  두 번  실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했다. 미라클 모닝을 연습하면서는 하지 않던 ‘아직  시간 정도는    있네생각을 했다. 결국 5 알람   전에 고양이가 품으로 파고들어 일어났다.

  속이 불편했으니   누워 있을 수도 있었지만, 빨리  불편함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 찻물을 끓이고 들어가 양치와 세수를 하고 나왔다. 그새 푹푹  끓은 물로 숙차를 진하게 우렸다. 그렇게 뜨거운 차를   마시고 일단 요가를 시작해본다.

오늘은 새벽 줌 수련이 없고 개인 수련하는 날이다. 요가를 하면서 처음   정도는 혼자서  엄두가  났었는데 요즘은 혼자 하는 수련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선생님의 시퀀스를 생각나는 대로 따라서 하기도 하고,  전날 공부했던 흐름을 해보기도 한다. 유독 안 되는 자세들과 도전하고 싶은 아사나도 해본다. 하타요가는 정해진 시퀀스가 없고 때에 따라, 상황에 맞춰 흐름을 만들어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  같다. 기본적으로 ‘.....(기울기, 후굴, 전굴, 비틀기, 도립, 휴식)  두 가지 아사나를 하는데,   있는 아사나가 많질 않으니 단순하고 기본적이라 되려 혼자   조금  명상할  있어 좋다.

몸에 받지 않는 것을 먹은 날에는 어떤 아사나를 하면 좋을까? 일단 복잡하고 들뜬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려 부동으로 명상을 해본다. 바즈라아사나(무릎꿇고 앉기), 수카아사나(아빠다리)  5 이상 숨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제 뭔가를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전굴을 하고 다시 편하게 앉아   넓게 벌리고 오른쪽, 왼쪽 각각 기울였다. 조금  깊게 해서 옆구리를 시원하게 만들어볼까 하는 순간 가슴속이  막혔다. 요가를 하면서 안다. 나는 상태, 나의 과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것들. 위에 아직 차있는 음식일 수도 있고, 소화를 하질 못하고 잠을  버려 간이 부대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럴 땐 자세를  깊게 하지 않고_어차피 깊게  수도 없으니_조금 풀어 살살 달래준다. 자다 새벽에  아이는 처음 재울 때처럼 등을 아무리 두드려도 다시 잠들지 않는다. 그럴  아이의 등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크고 둥글게 원을 그렸다. 등이 따뜻해지고, 몸이 따뜻해지고, 그렇게 다시 스르르 잠이 든다. 갓난아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몸을 대한다. 새벽 수련은 특히  나를  살펴야 한다. 

그렇게 기울이기를 천천히 하고 등을 꽉 조여 가슴을  펼친다. 등을 조이면 새벽엔 뿌드득 소리가 나기도 한다. 밤사이 뭉쳐있던 몸이 이제야 일어나 움직일 준비를 한다. 새가슴처럼 가슴을 위로 옆으로 펼치면 피가 팽하고 도는 느낌이 난다. 아직 새벽에만 느낄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후굴과 전굴을  두 가지 아사나로 짧게 5 정도  하고 바로 등을 굴려 할라아사나를 해보았다. 속이 불편할  하면 등허리가  뜨끔하지만 참고 머물러 있다 보면 아팠던 등허리가슴이 모두 편해지고 그렇게 천천히 속도 편해진다.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아직   없지만 분명히 그렇다. 처음엔 발끝이 바닥에 닿게 하기도 힘들었던 자세. 쟁기자세라고 하는  아사나로 양팔을  옆으로  뻗어(하스타 할라 A) 있다가 무릎을 굽혀  귀를 압박하는 까르나피다( 압박 자세) 연결하기도 하고, 팔을  뻗은 상태 그대로  발을 하늘로 올리는 닐람바 사르방가아사나로 가기도 한다. 보통은 쟁기자세에서  갈빗대를 손으로 지지해 살람바사르방가아사나(어깨서기)-까르나피다아사나  연결한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되던 아니던, 주로  안 되는 날이 많지만) 자세들이지만 오늘은 그냥 할라아사나로 5 타이머를 맞췄다. 애플 시계는 운동과 움직임 트래킹도 좋지만 요가나 명상을 하면서 타이머 맞추기가 편해 좋다. 처음엔  느슨하게 자세를 잡았다가 점점 깊게 들어간다. 뒷목이 시원하게 늘어나고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도 당긴다. 5 알람이 울렸지만 짧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있다가 내려왔다. 보통은 할라아사나 후엔 사바아사나로 휴식을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일어나 편하게 앉아 숨을 고르고 몸의 상태를  느껴봤다. 가슴 한가운데 있던 불편함은 사라졌고, 눈이 조금 맑아졌다. 내친김에 하고 나면 좋은  분명히 느끼지만 너무 아파 좀처럼 혼자서는 하지 않는 파리브리타 자누 시르사아사나(한쪽 다리 뻗어 기울기) 해본다. 양쪽 3분씩. 고통의 집합체이다. 유착이 심한 허벅지 안쪽은 일 년 전과 비교해 1cm  나아지지 않은  같고, 팔을 귀 옆으로 붙여 몸을 늘이면 옆구리에서 뽁뽁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시원하다. 언젠가 선생님은 그동안 먹고 마신 것들이 옆구리 쪽에 많이 쌓여있다고 했다. 습관처럼 먹은 진통제와 근육이완제, 신나게 씹은 고기들,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 그리고 나의 사랑  들까지. 물론 그것들은 이미 소화되어  나가고 없겠지만  습관들이 고스란히 몸에 남았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한 자극과 고통의 반복, 그리고 그것을 잊게 하는 약과 . 움츠리고 긴장하게 했던 모든 것들. 이런 생각으로 자세를 하고 올라와 눈을 감고  반성이다.

, 어제 그걸 그렇게 먹는  아니었는데, 아니 먹더라도 조금만 먹을 걸....’

마음은 아직 무겁지만 몸은 가벼워졌으니 내친김에 요즘 한참 연습하고 있는 머리 서기를 한다. 물론 아직 다리를  펴기 위해서는 벽이 필요하지만 접근까지는 벽에 등을 대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오늘은 두발 떼고 15초는 버텨봐야지 생각으로 두 다리를 접어 몸으로 붙였다. 떨어질  같다 생각이   내려올지 올라갈지 선택한다. 오늘은 다리를 올려 벽에 발뒤꿈치를 대고 거꾸로  있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언젠가 두발을   있는 날이 오겠지. 그렇지만 살람바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벽을 대고 해도 좋다. 발과 머리를 반대로, 모든 것을 거꾸로,

반성의 글로 요즘 나의 요가의 이유를 대신해 본다. 요가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평온해지지도 평화로워 지진 않는다. 그동안은 후회만 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반성하는 법을 조금 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피할 핑계를 찾았다면 이젠 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모든 깨달음이 고통에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요가를 하면서 내가 진짜 필요한 것들을 찾았다. 숨을  쉬는 것과 능력만큼만 먹고 쓰고 마시는 . 수련이 짧아 쌓아 두질 못해 매일 한다. 오늘도 요가.   

전 날 먹은 대방어와 고등어회. 기름이 반딱반딱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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