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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스 Dec 04. 2023

사랑하는 시대에게

#01 열두 번의 기록


여름 동안 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 3가지’를 묻고 다니는 데 열중해 있었다. 좋아하는 것 3가지. 먹는 것도 좋고, 보는 것도 좋고, 심지어는 물성이 없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떨 때 가장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지, 어떤 때에 가장 행복한 느낌을 받는지, 그리고 무엇이 가장 나를 자연스러운 상태로 보이게 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취향과 스타일, 그리고 ‘나’에 대한 사유는 곧 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도서관 서고에 켜켜이 쌓여 있는 책을 떠올려 본다. 인문학과 역사, 과학과 문학, 매거진과 에세이를 들추다 보면 손끝에 묻어나는 것은 ‘사랑’에 대한 단상들. 결국은 돌고 돌아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친구, 애인, 가족 심지어는 여행지나 물건에 대한 지난한 기록에 대해 떠들다 보면 결국 그것은 우리의 인생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때로 별 것 같지만, 별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사적일지도 모르는 영역. 책을 통해 타인의 사랑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책에 남겨져 있는 정제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늘 정직하고 선하며, 인간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적어도 오해를 이해로 뒤집을 수는 있지. 그들이 텍스트를 통해 마음을 내어놓는 방법이 정답의 방향을 가리킨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오랜 세월을 거슬러도 변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어떤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지는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시대에게>는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나의 이‘기적’인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이 시대를 계속해서 사랑하기 위해 담아 놓은 현재의 일기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랑을 말하기에 앞서 나는 어떤 배경과 재료를 가진 사람이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사랑하고, 이 시대가 나를 사랑한 방법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잔잔하고 수줍게 떠드는 하나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쇼이기도 하다. 산문이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 진실이기도 하고, 허구인 것 같기도 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숫자 12를 좋아한다. 12월에 태어나 그의 제곱인 24일에 생일인 나. 영에 가까운 열두 시를 좋아하고, 한다스의 단위를 좋아하는 나. 그 모든 이야기의 마지막 주인공이자 열두 번째 차례를 선호하는 나. 그래서 이 이야기는 12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12월에 시작해 그의 제곱인 2024년을 맞이할 것이며 각 부마다 열두 가지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런 나를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그 사랑의 끝에 도달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멍청하고, 한심할지도 모르는 부던한 노력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 허영이라고 비웃을 때 당차게 허용되는 다음을 맞이하고 싶다. 1의 다음은 2. LOVE(사랑)을 오해하면 ROVE(방랑)가 된다고 했던가. 내게는 사랑도 방랑의 하나일 뿐이니 괜찮다. 힘껏 꿈꾸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 그러니 이 글을 함께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시대에게 이 글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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