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만 진심이었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by 유영

오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류애를 조금 상실하고 말았다.


혼자 있고 싶어.

아, 혼자 있고 싶다.

난 사람이 싫어!!!!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그래, 인정하자.


나는 사실 사람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골목대장을 맡아오던 나는

크고 작은 미묘한 갈등과 보이지 않는 수를 놓는 싸움을 헤쳐오며

많은 사람들을 파도처럼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했다.


그 과정 속에서 여기저기 긁히며 목소리가 낮아졌다.


사람을 쉽게 믿었던 것도

양방향인 줄 알았으나, 착각이었던 것도

오래 이어지길 바랐으나, 금세 헤어져버린 것도.


마음 어딘가 차곡차곡 상처로 쌓여갔다.


그럼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웅크려 있는 손을 지나치지 못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에게 기대를 하고,

분노와 실망을 반복하는 바보 같은 나.




직장에서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어지는 좋은 인연들이 있다.


회사 사람은 회사 사람일 뿐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회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쉽게 자르고 붙일 수 없는 관계임을 안다.


파도처럼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냈고,

또 많은 친구들이 새로 밀려왔다.


새로운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날,

모두 취기가 올라 각자의 진심을 꺼내놓았다.

우리 비록 직장에서 만났지만 오래오래 잘 지내보자고.


나도 웃으며 술김에 내 진심을 접시에 올려보았다.

“나 또 나만 진심이고 싶지 않으니까, 진심이 아니라면 다가오지 마!”


이런 말에 솔직히 누가 알겠다고 하겠는가.

다들 진심 아닌 사람 여기 있냐며, 그렇게 또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모든 모임은 이유가 있고,

모든 마음이 같지 않다. 당연하게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나는 또 바보처럼 믿었다.


오해의 씨앗이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뿌리를 내렸다.

나는 그 떡잎을 보았고,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는 법.

막아보려던 나의 노력은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세상 일 정말 내 맘 같지 않다.


결국 나중에 잘 풀렸지만,

나는 다시 한번 절망했다.


그는 나를 믿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같이 한 시간들이 있으니 그렇게 말하긴 좀 그렇고.

내가 그를 믿은 만큼, 그는 나를 믿지 않았다.


또 나만 진심이었구나.




상처를 끌어안고 주저앉아 울기만 하는 사람은

오히려 순수하다.

나는 그러기엔 조금은 나이를 먹었나 보다.


헛헛한 마음을 환기하려 벤치에 앉았다.

씁쓸했다.

이내 괜찮아졌다.

오히려 시원해졌다.


진심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설령 전해지지 않더라도,

진정성 있는 내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가끔 나만 진심이었던 허울 같은 인간관계에

축 늘어지기도 하지만,

시절 인연이 분명 존재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 시절 인연.

시절이 지나며 나도 너도 변하니까.

그때의 마음과 그때의 추억, 그거면 충분하다.


진심으로 대했기에 나는 당당하다.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도, 나는 환하게 웃을 거다.


또 나만 진심이었지,

그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