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인테리어 15
파리지앵 인테리어에는 역사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연남동 집에서 사는 동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우리의 역사 전통을 담은 오브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양이나 일본의 인테리어 서적을 펼쳐보면 어김없이 그 나라의 전통 가구나, 바닥재, 또는 상징적인 오브제를 마주하게 된다. 근세 유럽에서 쓰던 것 같은 고풍스러운 엔틱 가구나 메이지 시대의 다다미방 구조 같은 것들. 종종 우리는 그런 역사가 깃든 인테리어가 부러워 그들의 것을 그대로 흉내내어 우리네 집에 옮겨오곤 한다.
북촌, 서촌, 부암동, 익선동, 연남동,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대역사거리, 인천 중국인거리, 안동 하회마을,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 등등. 이 장소들이 국내외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통된 이유 한 가지는 무엇일까? 바로, 그곳에는 전통 한옥 건축물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견디며 역사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연남동 인테리어를 틈틈이 하는 사이, 여행서 <힐링로드> 집필을 위해 경상북도 산천 곳곳을 떠돌았다. 안동 하회마을은 물론이고, 지역 곳곳에서 수백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잠들어 있는 고택들을 보며 차츰 한옥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우물마루(우물 정井자 모양을 한 마루)에 걸터 앉아 너른 마당과 멀리 보이는 산의 휘어진 능선을 바라보면 취재여행의 피로가 이내 가시곤 했다. 나는 마음 먹었다. 언젠가는 꼭 한옥을 접목시킨 인테리어를 만들어보겠노라고. 나의 우물마루 수납장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step 1 우물마루 설치 장소 선택 및 재단
우물마루 수납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설치할 장소를 판단하고,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우물마루 수납장 상부는 실제 마루처럼 앉아서 수박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어느 정도 규모의 공간이 나올 수 있는 위치로 정하면 된다.
창가 한 편에 공간으 마련한 연남동 집의 우물마루는 가로 150cm, 세로 120cm, 높이 21cm의 크기로 설계했다. 이 정도면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선풍기를 켜놓고 만화책을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수납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높이와 넓이를 증가시키면 된다. 공간이 부족할 경우 높이를 증가시키면 되지만 40cm 이상이 되면 거대한 서랍장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주의.
step 2 목재 주문 및 재단
목재를 재단해서 판매하는 유명 DIY 사이트 등을 이용해 설계한 바에 알맞은 목재들을 구입. 내부에 쓰이는 목재들은 충분히 저렴한 것으로, 마루바닥이 될 상판 패널은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무늬가 아름다운 것으로 선택.
내역서 중에 스프러스와 레드파인 집성목은 해당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목재여서 구매, 가장 하단의 ‘베이직우드’가 상판이 될 고급 무늬목 목재다. 나뭇결과 나이테가 아름답게 살아 있다.
step 3 목재 조립하기
주문한 목재가 모두 도착했다면 조립을 시작하자. 이때 한 손으로 쥐고 사용할 수 있는 비트 교환형 전동 드라이버가 있으면 상상할 수 없이 훨씬 작업이 편해질 수 있으니 이 기회에 하나 마련해보시길. 가격은 5 - 7만 원 선이다.
a. 먼저 경계가 되는 3면의 마루를 수납기능 없이 고정형으로 설치해야 한다. 먼저 뼈대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ㅁ’ 형태로 내부용 목재를 연결해준다. 그 다음 그 둘레에 다시 ‘ㄷ’ 형태로 고정형 마루 상판을 부착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긴 목재로 외벽 뼈대를 제작. 이후 고정용 마루 상판을 올리고 나사못으로 고정.
b. ’ㅁ’자 뼈대 내부에 중앙을 가로지르는 굵은 (24T이상 권장) 목재를 세우고, 기존 뼈대와 나사못으로 고정시켜준다(중앙에 가로살을 추가하면 마루가 더 탄탄해지니, 규모에 따라 가로살을 추가하면 된다). 그 후 뼈대의 위와 아래 쪽에 상판을 지지할 지지대를 각각 세우고, 역시 기존 뼈대에 고정시켜준다.
c. 기초 뼈대가 완성됐다면 이제 상판 마루를 올려보자. 반제품 무늬목 상판은 두께가 얇으므로 보완을 위해 같은 길이와 너비의 집성목 목재를 덧대어 두께를 보완(혹시 집에 남아도는 폐목재가 있다면 활용해도 좋다).
d. 어째서 고정형 마루를 ‘ㅁ’자로 다 설치하지 않고, ‘ㄷ’으로 해서 마루 앞의 ‘ㅡ’ 부분을 남겨놓았을까. 이 부분은 따로 긴 바형태의 수납장을 별도로 만들어, 간이 책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작한 것. 이 간이 수납장을 아래와 같이 붙여놓으면 비로소 우물마루 수납장 완성!
step 4 안전성 테스트
공연히 무리해서 마루 위에 올라가 점프를 해볼 것까지는 없고, 친구를 불러 두 명이서 다도회 정도를 가져보시길. 차를 마시는 도중 무너지지 않는다면 훌륭히 제작된 것.
step5 완성!
응접실 한 켠에 우물마루가 놓이면서 독특한 전통미가 더해진 것은 물론, 마루 아래 비밀의 공간에 계절이 지나간 옷들을 몽땅 수납해놓을 수 있어 대형 옷장이 필요 없어졌다. 반려인형들도 자기네 방이 생긴 것처럼 즐거워 보인다.
2018. 6. 22. 멀고느린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