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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Nov 23. 2018

애서가의 인테리어 1

파리지앵 인테리어 16

애서가의 인테리어 1


‘파리지앵’은 단지 파리에 거주하는 시민을 뜻하는 것만 아니라, 사색하는 예술가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파리의 살롱을 거점으로, 빅토르 위고, 뒤마, 모파상, 마르셀 프루스트, 까뮈,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의 세계적 작가들이 활약했기 때문이다. 문학가들뿐 아니라 근대적 삶을 개척한 계몽주의 사상가들 또한 파리지앵이었다.


파리의 살롱에 모여든 이들의 손에는 모두 ‘책’이 쥐어져 있었다. 오늘날의 문명을 건설한 것은 이들이 읽은 과거의 책, 그리고 이들이 새로이 쓴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인류 문명을 건설할 정도의 위대한 물품이지만 일단 하나둘 집에 쌓이기 시작하면 곧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이사비를 상승시키는 주범인 동시에, 공간의 혼잡도를 높이고, 인테리어 구성을 까다롭게 만드는 책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까.


파리지앵의 아름다운 책 인테리어


수천 권의 책과 함께 이주의 여정을 반복해온 내게 책은 언제나 까다로운 인테리어 주제였다. 유럽의 인테리어 잡지에 등장하는 서가에는 언제나 근사한 책장과 함께 우아하게 정열된 책의 모습이 보인다. 때로 무심하게 쌓아올린 책들마저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서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 도무지 국내에서 적정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책장으로는 그와 같은 느낌을 똑같이 내기가 어려웠다.


연남동 거주 2년차에 접어들 무렵, 한 케이블방송의 인테리어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방송에 나온 내 응접실의 책장을 보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제대로 된 근사한 책장을 만들어야겠다고.






weekly interior point | 멋지고 효율적인 붙박이 책장 만들기


나만의 책장에 필요한 요소는 단 두가지였다. 첫째 아름다울 것. 둘째 수납력. 책을 이용한 여러 인테리어 서적을 보며 나는 책장이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몇 가지 요건을 아래와 같이 도출할 수 있었다.



TIP 아름다운 책장의 요건


1. 책장 프레임이 지나치게 두꺼워 보이지 않아야 한다

2. 책장 자체가 기하학적 조형미를 지녀야 한다.

(책장 각 칸의 너비와 높이가 들죽날죽하지 않고 일정하게 규칙성을 띨 것)

3. 가로가 가능한 긴 직사각 형태의 수납 공간이 혼잡도를 줄인다.

4. 여유롭게 책을 비치할 수록 개방감이 느껴진다.

5. 책이 너무 많아서 3항을 지키기 어렵다면, 가능한 빈틈이 없게(여기서 빈틈은 윗 칸과 아래 칸 사이의 즉 세로 간격의 빈틈을 의미) 촘촘하게 수납할 수록 깔끔하다.


기억하자, 가로 너비가 길어야 한다


집이 넓어서 이렇게 듬성듬성 진열할 수 개방감이 들고 좋겠지만...


위항의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책장을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기에 나는 책장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3천 권에 달하는 내 소장 도서를 모두 수납하기 위한 책장의 제작비는 어림 잡아도 목재값만 70만 원이상이었다. 고심 끝에 기존의 책장을 재활용해 새로운 목재와 결합 시키는 하이브리드 책장을 만들어냈다. 제작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step 1

기성품으로 구매했던 기존의 조립식 정사각 책장. 새로운 책장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모든 책을 책장에서 빼내는 것이었다.


step 2

기존 책장을 활용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분해 작업에 들어 갔다. 받침 부분은 버리고 기둥만 재활용하기로 정했기에 기둥 부분만 따로 분류했다.



step 3

천정까지 꽉 채우는 책장을 만들고자 기존 기둥에다가 폐기할 목재의 일부를 튼튼한 철판 등으로 덧이어서 방의 높이와 동일한 여섯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목표는 9 X 5 = 45개의 직사각형 칸을 가진 약 3천 권의 책을 수납할 수 있는 대형 책장이었다.  


step 4

시트지로 원목 흉내를 낸 기존의 기성품 기둥으로는 전혀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물망초색으로 기둥을 모두 칠했다. 덕분에 덧이은 부분도 감쪽같이 커버할 수 있었다.


step 5

기둥들을 서로 튼튼하게 이어서 책장의 프레임을 만들고, 뒷 벽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step 6

책장 받침대를 간편하게 설치하고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는 찬넬 기둥을 재활용 기둥에 설치. 이후 미리 재단해서 주문한 80센티미터 길이의 받침대를 올렸다.


* 받침대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책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두께가 두꺼워져야 한다. 사용해본 결과 1미터 길이까지는 18T 정도의 두께로 충분.


* 받침대의 너비(깊이)는 일반도서보다 지나치게 넓으면 공연한 공간의 낭비를 일으키기에 소설책의 너비인 14보다 조금 더 넓은 15 ~ 20 정도로 하는 게 적당하다. 중대형 도서가 많다면 직접 책의 너비를 재어보고 그에 알맞게 받침대의 너비를 결정하자. (단, 받침대의 너비가 기둥의 너비보다 넓어지면 책장의 모양이 괴이해지니 주의)


step 7

5항의 과정을 반복.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새로운 책장의 모습. 이제 다시 책을 꽂는 일만 남았다.




step 8

내릴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서 드디어 책을 수납 완료한 후 아름다워진 책장.




2018. 7. 13.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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