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빌라 인테리어 1 - 작지만 확실한 공간들

안녕, 오리빌라

by 장명진
판재를 이용해 만든 오리빌라 특설 집필실 공간


오리빌라는 13평 크기지만 방 세 칸에 화장실 하나, 작은 주방, 그리고 소박한 베란다까지 갖춘 곳이었다. 11평 크기의 연남동 투룸 집에서 살면서 항상 바랐던 것이 방이 하나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사를 생각할 무렵에는 형편이 영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저렴한 월세에 연남동 집 정도면 괜찮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의외로 서울을 벗어나니 선택지가 꽤 넓었다.


내 예산은 보증금 500에 월세 30-35였는데, 열심히 수색해보니 단독 별채를 쓰는 집까지도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너무 멀어서 포기했지만) 오랜 탐험 끝에 발굴한 오리빌라는 보증금 500, 월세 33이라는 탁월한 가성비의 매물이었다. 집 주인은 서울에 살고 있어서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고, 오래된 건물인지라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바꾸어도 좋다는 허락도 쉽게 받아낼 수 있었다.


외관과 달리 집 내부는 상당히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마치 새하얀 도화지 같았다. 가계약을 마치고 이사를 하기까지 이런저런 인테리어 구상을 했다. 기왕 낡은 집으로 들어가는 거, 좀 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도전적인 인테리어를 시도해보자 싶었다. 인상에 깊게 남아 있는 공간이 있었다. 바로, 건대역 부근에 있는 '인덱스'라고 하는 서점이었다. 합판 판재를 벽과 바닥에 붙여서 나무로 만든 집 같은 느낌을 자아낸 인테리어가 특히 마음에 들었었다.


바닥재로 합판 판재를 활용한 인덱스 서점
유어마인드 시즌 2호점 역시 판재를 활용한 벽이 무척 아름답다


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4-5만 원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히 여러 공간을 꾸밀 수 있을 만큼 판재를 구할 수 있었다.


* '문고리 닷컴'과 '철천지' 두 곳에서 판재를 살 수 있는데, '철천지' 쪽이 조금 더 저렴하고, 얇은 판재는 철천지 쪽이 더 다양하다.


보통이라면 먼저 기초 작업을 해두고 이사를 했을 테지만, 가계약을 마친 상황에서 굳이 연남동집의 높은 월세를 계속 내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아쉽지만 먼저 서둘러 이사를 했다.


너무나 사랑했던 연남동 파리지앵하우스와의 작별...


이사 후 한 달 내내 산더미처럼 쌓인 짐을 정리하는 한편, 포인트벽 페인팅과 함께 판자를 벽과 바닥에 부착하는 작업을 했다. 침실(작은 방1)과 베란다는 크림화이트, 거실(큰방)은 라구나블루, 서재는 스위트골드 스테인을 바른 판자, 주방은 월넛 스테인을 바른 판자, 욕실은 개나리색. 이렇게 각 공간마다 기초 공사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진행했다.


간단히 그려본 조감도



13평에 불과한 작은 빌라이지만 하나 하나 헤아려보면 여섯 곳의 작은 공간이 있었다. 여기에 훗날 한 곳을 더 추가하여 오리빌라에는 총 일곱 곳의 작은 공간이 있었다. 나는 여행자가 된 기분으로 일곱 곳의 공간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움츠려 있던 마음을 하나 둘 펴나갈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었다면, 내게는 작지만 확실한 공간이 있었다.


거실은 연남동 파리지앵하우스를 계승하는 의미에서 멀구하우스 전통의 파랑색으로 칠하고 웨인스코팅을 설치했다. 덕분에 연남동집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많은 기성 세대들이 집을 재태크의 수단으로 여기며 살기에 집의 가치를 크기와 가격으로 매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내게 집의 가치는 그 아름다움과 내 한 몸을 확실히 보듬어주는 존재감에 있었다. 나는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 충분히 멋지게 느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오리빌라 인테리어 작업은 여기저기 허물어진 내 마음을 정성껏 수리하는 일과 같았다. 언제나 아름다움만이 나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2020. 2. 29. 멀고느린구름.




INTERIOR TIP | 얇은 판재 인테리어


1. 바닥재로는 비추 (해야 한다면 9T 이상)


'팁'이라고 써놓기는 했지만 직접 해본 결과, 누구나 셀프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일단, 얇은 판재를 바닥재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다. 3T 두께 정도의 판재를 써봤는데, 온돌 구조인 우리나라 주거의 특성상 방바닥이 계절별로 다르게 휘어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 휘어진 바닥에서 스케이트 보드 곡예를 즐길 수도 있을 정도 - 최소한 9T 정도의 판재를 써야 변형을 최소화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가격이 20만 원대에 이를 것이다.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쳤다


2. 벽에 부착할 때는 목공 본드 + 글루건 + 콘크리트 나사 총동원


벽에 부착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230 X 300 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판재를 혼자 지탱하며, 목공 본드를 바르느라 온갖 1인쇼를 벌여야만 했다. 본드가 굳을 때까지 모든 면을 꾹 누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글루건과 콘크리트 나사까지 총동원한 끝에 간신히 벽에 고정시킬 수 있었다. 나는 혼자했지만, 아마도 혼자하는 것은 절대 무리일 거라 생각된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 라는 심정을 겪어보고 싶으면 도전해보시라!
몇 차례 하다보니 특이점을 지나게 되었다. 이렇게 막대 목재로 프레임을 만든 후에 설치하면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달음; 자세한 설명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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