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빌라 인테리어 2 - 셀프인테리어와 나

안녕, 오리빌라

by 장명진
오리빌라 침실의 프로트타입. 모던하우스에서 업어온 고래 등베개는 '뿌아'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해줘 홈즈>는 엄밀히 말해 인테리어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특별히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집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방송을 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개발 독재 시절 부동산 거품으로 일으킨 한국경제이다 보니 많은 현대 한국인의 사회적 DNA에는 집은 돈벌이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돈벌이를 하려면 시세 차익이 큰 아파트를 구입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며 국민의 7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기형적인 아파트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거주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내 주말 밤을 책임지는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


셀프인테리어 활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강산은 별로 변하지 않았고, 내 인테리어는 많이 변했다. 20대 시절에는 길에서 주워온 (바퀴벌레 알의 보금자리인) 진열장따위를 코딱지보다 조금 큰 자취방에 이리저리 배치해보거나, 극장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영화 전단지를 꽃무늬벽에 붙여 보는 게 인테리어의 전부였다. 직장을 얻고, 월 100만 원 이상을 벌게 된 이후에야 바닥재 교체와 페인팅 등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처음 인테리어를 시작하던 2010년 무렵에는 요즘처럼 인테리어 책이 많지도 않아 서점에 가면 한 서너 종류가 있을 뿐이었고, 그나마 책 속에 실린 이미지들도 변변치 않았다. - 요즘 다시 보면 더더욱 변변치 않다. - 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서, 서울의 방산시장이나 동네 철물점, 목재상 등을 직접 찾아가야만 했었다. 어렵게 찾아간 곳에서는 또 개인과의 거래를 의아하게 여겨서 업자가 아닌 주제(?)에 자재를 사려는 이유를 장황하게 해명해야만 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발 한 발 오늘까지 걸어왔다.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배치와 가구 구성이지만 셀프인테리어에는 직접 만든 이의 고유한 분위기(부엉이X)가 공통으로 깃든다



10년 전에는 아주 소수의 블로거 몇 사람만이 셀프인테리어 라는 이름으로 험난한 공정을 웹에 올리곤 했었는데, 요즘은 전문 업체도 생겼고, 브런치에서도 별도의 카테고리를 마련할 만큼 셀프인테리어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 2년 즈음 전부터는 '셀프인테리어' 라고 하면서 시공 업체에 의뢰를 맡긴 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엥? 저게 왜 '셀프' 인테리어지? 싶었는데, 점점 그런 광고와 글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셀프인테리어'의 개념 자체가 개인이 의뢰하거나 주도하는 '소규모 인테리어'로 변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시 시대는 나와는 무관하게 빠르게 변해가는군 싶으다.



내 인테리어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파랑색 침실에서 벗어나, 오리빌라의 침실은 시대를 앞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었다
그럼에도 고유의 느낌은 간직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라떼는 말이야' 식의 넋두리가 되고 말았다. 아무튼 나는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내가 직접 만드는 나의 공간을 사랑하며 오늘도 조금씩 집의 어딘가를 툭탁툭탁 만들어 가고 있다. 오리빌라를 떠나온 지도 1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조금은 그곳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오리빌라의 공간이 지녔던 분위기, 직접 만든 작은 가구들이 고스란히 새 공간으로 옮겨 왔기 때문일 것이다. 시공업체에게 아무리 잘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창조해낸 분위기마저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으리라. 어쩌면 그건 집의 영혼과도 같은 것일 테니까.


2020. 3. 12. 멀고느린구름.




* 멀구의 자세한 인테리어 노하우는 브런치북 '파리지앵 인테리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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