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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Sep 11. 2023

죽음의 수용소에서 II

Book_북두의권: 제1권 하편

Intro.


지친 마음을 이끌고 이 책의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최근 책을 강제로 읽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점은, 의외로 독서가 기분 전환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자극적인 기사들로 나를 맡길때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느낌이고, 정서가 채워지는 느낌이 제법 좋다.

늦은 나이지만, 도파민이 터져나오는 좋은 길이 이번 기회에 잘 형성되며 좋겠다.



Body.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돌아온 생존자이자

로고테라피라는 것을 만든 정신과 의사.'


작가인 빅터 프랭클에게 붙는 위의 수식어 만으로도, 이미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어떤 말이라도 귀담아들을 만한여지가 충분해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책제목 Man's seraching for meaning'처럼, 인간의 마음속 깊이 어딘가에 있는 중심을 꺼내보여주며, 거기에 희망과 소망까지 불어넣어준다.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1차적으로 나에게 너무나 큰 위로와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며,

2차적으로 '삶의 의미'라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들리는 주제를, 정말 '의미'있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주고 있기 떄문이다.


삶에서 마주치는 각각의 상황이 한 인간에게는 도전이며, 그것이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한다. 떄문에 실제로는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바뀔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물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로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에서는 책임감을 인간존재의 본질로 본다.



나 역시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나는 이 질문을 회피할 수도 있고, 대응할 수도 있다. 바로 '책임을 짐으로써' 말이다. 따라서 나의 삶과 나의 삶과 연결된 이들에게 책임감을 갖고 응답해나가고 있는 나는 잘하고 못하고의 여부를 떠나, 응답해 나아가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참 와 닿았다.



정신분석에 잘못되고 위험한 가정이 있는데, 바로 '어떤 조건이든지 그 조건에 대해 자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가정으로, 이것을 '범결정론'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범결정론이 무엇이든 딱히 중요한 가정은 아니지만, 내가 처한 환경이나 조건에 당연히 '제약 받고 있다'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 부분이 위험한 가정이라고 말하며, 아래와 같이 반박하고 있다.


인간은 조건 지워지고 결정지어진 것이 아니라, 상황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그것에 맞서 싸우든지 양단간에 스스로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그리고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항상 판단을 내리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인간은 어느 순간에도 변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거대한 인간 집단의 행동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통해서 얻는 사실일 뿐이고, 각 개인의 특성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채로 남아있다. 어떤 예측이든 거기에는 그 사람이 처한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조건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존재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인간에게는 그런 조건을 극복하고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자질과 환경이라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인간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에 달려있다



위 대목을 읽을 때, 아이 방에 들어가서 형광펜을 찾았다. 형광펜을 집어들고 북북 그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그 내면의 자유의 힘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잊고 싶지 않은 대목이었다. 다시 읽어봐도, 작가의 힘과 열정이 느껴진다. 인간을 향한 소망이 느껴진다.  인간 안에 담겨 있는 능력과 자유의 힘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긍정의 에너지를 드립니다요!" 식의 동기부여나 위로를 주는 글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통찰력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그루터기만 남은 일회성이라는 밭만 보고, 자기 인생의 수확물을 쌓아 놓은 과거라는 충만한 곡물 창고를 간과하고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수확물에는 그가 해 놓은 일,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용기와 품위를 가지고 견딘 시련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 대신 과거 속 실체, 즉 그들이 실현시켰던 잠재적 가능성들, 그들이 성취했던 의미들, 그들이 깨달았던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어떤 것도, 그 어느 누구도 과거가 지닌 이 자산들을 가져 갈 수 없다



과거라는 충만한 곡물창고.


나의 과거도 역시 충만한 곡물창고라는 생각에 동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과거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관계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과거로부터 빚어진 현재의 나의 모습을 그들이 받아들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탱하고 있는 삶의 기둥에 연결되어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나는 공급을 주고 받는 관계에 있고,

이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 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가 될 미래 역시 충만의 가능성이 넘실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기대감이 생겨났다.




Outro.


어떤 책들은 정말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 책들 중의 하나이다.


항상 달려가듯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마치 큰 심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항상 단거리 100m 경주를 끝내고 정산하던 식의 조급함과 답답함이 나의 과거를 무채색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의 떨구었던 고개를 들게 만들어준 책이다. 나아가, 삶의 의미를 더 찾을 수 있게 힘을 복돋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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