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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을 잘 키우기 위한 당부

투사편향

by 마음 자서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나이가 여든이 넘으니, 젊었을 때 내가 어떻게 너희를 키웠는지가 하나씩 떠오른다.

그 시절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이 있었고, 그것이 너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돌이켜 보니, 그 안에 ‘투사편향(Projection Bias)’이라는 게 있었다는 걸 깨달았단다.

투사편향이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단정하는 마음의 습관이야.

예를 들어, 내가 여행을 갈 때 설레면 너희도 당연히 기쁠 거로 생각했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직업과 가치가 너희에게도 최고일 거라고 믿었지.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구나. 사람마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마음의 빛깔이 다르니, 같은 일을 겪어도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이더라.

이제 너희가 부모가 되어 손주들을 키우는 걸 보니, 내가 그때 몰랐던 것을 전해주고 싶다.

손주들을 키울 때는, 네 마음을 그대로 아이에게 덧씌우지 말고, 그 아이의 마음을 직접 확인하렴.

네가 기쁘다고 아이도 기쁜 건 아니고, 네가 불안하다고 아이도 불안한 건 아닐 수 있다.

아이의 표정과 말 속에 담긴 ‘진짜 마음’을 물어보고 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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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나 캠핑을 갈 때, 주말에 무엇을 할지 정할 때, 혹은 가족이 함께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아이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거라.

“어디로 가고 싶니?”, “무엇을 하고 싶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내 생각도 존중받는구나’라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그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힘을 기르게 된다.

또 한 가지,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희 어릴 때처럼 공부나 직업을 한 가지 길로 몰아가지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 격려해주렴. 그리고 판단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하라. 감정이 앞서면, 내 생각을 사실처럼 느껴서 아이를 오해하기 쉽단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습관을 지니거라.

“네 마음은 어떠니?”

“네 생각은 뭐니?”

이런 질문 하나가 아이 마음을 열고, 평생 이어질 신뢰를 쌓아준다.

혹시 내가 젊었을 때 너희에게 이런 마음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사과한다.

하지만 나는 너희가 손주들을 키울 때, 나보다 더 지혜롭고 따뜻한 부모가 될 거라고 믿는다.

내가 못 닦은 마음의 거울을, 너희는 조금 더 맑게 닦아가길 바란다.

늘 사랑하는 아버지가

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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