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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리스틱(heuristic)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by 마음 자서전


네가 부모로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단다. 2015년에 읽은 《사회심리학》(한덕웅, 학지사, 2013)에 휴리스틱이 나온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배운 것 중에, 사람은 늘 빠른 판단의 지름길, 즉 휴리스틱(heuristic)에 의존한다는 거지. 린다문제가 대표적 사례야.


“대표성 휴리스틱의 고전적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게 바로 ‘린다문제’다. ‘린다는 서른한 살이고, 말투가 직설적이며, 성격이 밝다.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 시절 차별과 사회정의에 대해 고민했고, 반핵시위에도 참여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이 설명을 읽은 142명의 대학생에게 다음 중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① 린다는 은행원이다. ② 린다는 은행원이고 여성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85%가 첫 번째 문장보다 두 번째 문장이 진실에 가깝다고 대답했다.“(강준만, 《독선사회》, 인물과 사상사, 2015, p196)

류리스틱은 때론 오류를 만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혜롭게 활용할 수도 있단다. 오늘은 그 몇 가지 방법을 편지로 전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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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표성 휴리스틱이란 게 있어.

사람은 전형적인 모습을 보면 “아, 저럴 것이다” 하고 믿어버리곤 하지.

그러니 아이에게 늘 아이들의 특징을 살펴 말해주렴, 예를 들면, “넌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야” 하고 말한다면. 아이는 그 전형성에 맞추어 행동하려고 노력할 거다.

너희가 어릴 때도 “넌 성실한 아이야” 하고 말했던 게, 지금 너의 습관이 된 거 아니겠니.

다음은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건데, 쉽게 떠오르는 경험이 판단을 지배하지.

아이에게 자주 ‘성공 경험’을 만들어주렴. 시험을 잘 본 날, 친구를 도와준 날, 작은 칭찬을 들은 날을 자꾸 말해주면, 아이 머릿속에는 “나는 해낼 수 있는 아이야” 하는 긍정적 기억이 먼저 떠오르게 된단다.

또 하나는 ‘고정과 조정 휴리스틱’이야.

사람은 처음 받은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

그러니 아이의 첫 성적이나 첫 행동을 평가할 때 조심해야 한다.

“넌 문제가 있는 애야”라는 앵커를 심어주면 평생 따라다니지. 대신 “넌 원래 책임감 있는 아이야”라는 기준점을 심어주렴. 그게 아이 인생의 기준점이 될 거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휴리스틱’도 있단다.

사람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을 더 가능성이 높다고 믿지. 아이에게 “내일 시험장에서 자신 있게 문제 푸는 네 모습을 그려봐” 하고 말해주면, 그 장면을 떠올리며 진짜 자신감이 생긴단다.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힘은 아이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


마지막으로 ‘사실상반 사고事實相反思考(counterfactual thinking)라는 게 있어.

“만약 ~했더라면…” 하고 지난 일을 다르게 그려보는 사고지.

아이도 실패할 때 그런 생각을 할 거야. 그때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더 잘될 거야” 하고 교훈으로 바꿔주렴. 단순히 후회로 끝나지 않고 성장의 발판이 되게 말이야.


자녀들아,

휴리스틱은 인간의 약점 같아 보이지만, 부모가 잘 활용하면 아이에게는 지혜로운 길잡이가 될 수 있단다. 너희는 이미 훌륭한 부모지만, 이런 작은 지혜들이 아이를 더 밝고 튼튼하게 키워줄 거라고 믿는다.


늘 너희를 응원하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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