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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 속에서도 배우는 힘

Latent Learning 잠재학습

by 마음 자서전

사랑하는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회사에 다닐 때 있었던 일이란다.

그때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샘터》라는 잡지를 나눠주곤 했어.

그 책에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가 하나 실려 있었단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다른 회사에 볼일을 보러 갔는데.

사무실 안에서는 한 여직원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지.

그 일은 단순하고 좀 지루해 보였는데, 그 여직원은 아주 집중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 사람은 물어봤단다.

‘이렇게 단순한 일을 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그러자 여직원은 잠시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어.

‘저도 이 일이 하기 싫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놀라웠다. 보통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은 피하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 그 여직원은 오히려 ‘싫으니까 더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어.

그 속에는 단순한 성실함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단다.


손주들도 공부가 하기 싫을 때가 있을 거야.

문제집을 펴도 머리가 멍하고, 글자를 읽어도 마음이 딴 데 가 있을 때가 있지.

그럴 때는 ‘하기 싫으니까, 나중에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 여직원처럼 이렇게 생각해 보렴.

“하기 싫으니까 오히려 지금 더 열심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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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심리학자 에드워드 톨먼(Edward Tolman)의 실험 이야기와도 닮았어.

톨먼은 쥐들을 가지고 실험했단다.

첫 번째 쥐는 미로를 통과할 때마다 먹이를 받았고,

두 번째 쥐는 아무 보상도 받지 않았어.

세 번째 쥐는 처음에는 보상이 없었지만, 며칠 뒤부터 먹이를 받았지.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먹이를 받지 못했던 세 번째 쥐가, 보상을 받기 시작하자 갑자기 미로를 빠르게 통과한 거야.

쥐들이 이미 미로의 길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

이걸 ‘잠재학습(Latent Learning)’이라고 불러. 보상이 없어도 배우고 있었던 거야.


공부도 마찬가지란다.

지금은 하기 싫고 힘들어도, 그 속에서 분명히 배움이 자라고 있어.

오늘 외운 단어 하나, 오늘 푼 문제 한 줄이

나중에 갑자기 떠올라서 도움이 될 때가 반드시 올 거야.

그러니까 얘들아,

공부가 하기 싫을 때 이렇게 생각해 보렴.

“이 시간이 나중에 나에게 큰 힘이 될 거야.”

그게 바로 잠재학습의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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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상도 없고, 결과도 안 보여도

너희의 뇌와 마음은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단다.

싫은 일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보는 사람,

그 속에서 배움을 찾는 사람은

언젠가 자기만의 멋진 길을 찾아가게 돼.

그 여직원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공부는 ‘잘하는 사람’보다

‘싫어도 꾸준히 하는 사람’을 기다려준단다.

너희가 오늘 책상 앞에 앉아 책 한 장을 펴는 그 순간,

이미 배움이 시작되고 있는 거야.

보상은 나중에 온다고 생각하면서, 배움이 자라나길 바란다.

사랑하는 손주들아, 이 말을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구나.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게 배우고 있는 사람이다.”


너희들을 언제나 응원하는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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