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태권도를 배운다

by 오즈의고양이
이화수, 나를 넘어서, 2022.jpg 이화수, 나를 넘어서, 2022



운동을 하고 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청소된다. 운동 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오늘은 옆차기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옆차기를 할 때는 발뒷꿈치를 위로 올려야 한다. 발을 칼날처럼 곧게 펴야 하고, 디딤발은 충분히 틀어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시선은 어깨 너머 한 지점을 응시한다. 다리는 접었다 펴는데, 가능한 한 빠르게, 몸에 가까이 붙여야 한다. 발차기를 마친 뒤에도 힘을 빼지 않고, 다리를 잘 접어 기본 자세로 돌아온다. 이 모든 동작을 하는 데 3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균형을 잃으면서 뒤뚱거리고, 무릎이 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잘 찬 줄 알았는데, 높이가 턱없이 낮았던 적도 많다. 오늘 배운 것이 썩 잘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집중했고, 애를 썼다.


사범님의 발차기는 시원시원하다. 높고, 빠르고, 정확하다. 내 발차기는 아직 힘도 부족하고 삐뚜룸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찰 수 있냐고 묻자, 예상대로 대답이 돌아온다. “선수부 할 때 다리찢기를 많이 했어요.” 역시,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는 말할 수 없는 반복과 훈련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멋지다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하게 된 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이 있다. 『나루토』에 나오는 록 리. 다른 닌자들이 특별한 재능이나 핏줄을 타고난 데 반해, 그는 노력의 천재이다. 체술은 내 몸을 무기로 쓰는 기술이다. 깨지고 부서지고, 다치고… 몸은 하나뿐인데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단련해 나간다. 좌절하고 꺾일 때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다른 닌자와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그걸로 나뭇잎 마을 사람들을 지킬 거야. 록 리의 진심은 여전히 내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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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써보면 안다. 생각보다 내 한계가 쉽게 찾아온다는 것을. 스스로 기대하는 모습과 실제의 차이를 깨닫게 해주는 데에는 운동 만한 것이 없다. 마음은 에베레스트도 오를 기세인데, 현실은 풀 버피 50개도 버거우니까.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버티는 동안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운동하는 곳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밝은 에너지, 운동하며 발산되는 열기, 약간의 땀냄새, 거친 숨소리들…서로 인사하고 반가워하며 함께 운동하는 동안 마음도 가까워진다.


처음엔 시험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배우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딸에게 오늘 얼굴 막기가 잘 안 된다고 하니 본인이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근데…얼굴 막기인데 주먹이 너무 위로 가는데? 이거 머리 막기 아니야?”하고 웃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걸 함께하니 참 좋다.(딸은 빨간 띠이고 나는 하얀 띠다. 엄마에게 태권도 선배님 이야기를 들으면 쑥쓰러워하면서 좋아한다.�)


뭐든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건 없기에,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 따라가본다. 매일매일 차곡차곡.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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