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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Apr 08. 2023

글쓰기의 매력

타자기보다는 사실 손글씨가 좋아요.




나는 20살부터 명상을 배웠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배우기 시작했지만 


배우는 도중에 집중을 못하고 산만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지루했고, 회피하고 싶은 것들을 막연하게 온몸으로 부딪치려고 하니 힘들었다.


결국 답을 얻었고 꾸준히 해야 하는 명상을 '설렁설렁'과 '열심히'하기를 반복했다.


헤매고 헤매다 5년 차가 됐을 때, 


명상은 '꼭 필요할 때 잊는' 아주 중요한 나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길과 내가 가야 할 길을 아는 것 그리고 


더불어 사는 모든 사물과 생명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하나의 '도구(Tool)'같은 것이다.


화가 나면 당연히 화를 내기도 하고 화를 내기 전에 명상을 떠올리면 확실히 화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지만 정말 길길이 날뛰는 때에는 잊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며 '열심히 해야지'라는 각오를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다시 평화로움에 나태해지기를 반복한다.


공부든, 인생이든 뭐든지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을 25살에 깨달았다. (하지만 이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ㅎㅎ)



내가 글쓰기에 매력을 느낀 것은 명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 때문이다.


명상을 배우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거기서 어떤 나이 든 여성분이 새로 들어왔는데, 아이 둘을 낳자마자 남편과 사별하여 혼자서 두 아이를 결혼까지 시킨 대단한 '엄마'였다. 


그분은 자신이 살아온 날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말투와 행동으로 보여주듯이 언어와 억양이 굉장히 셌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걸러 내지 않으며 그냥 뱉어내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초반에는 여러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그러한 언행을 깨닫고 열심히 하고 반성하겠다며 노력하는 모습에 우리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언행은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일이 터졌는데, 그분에게 조금 더 조심하고 신경 쓰자는 뜻에 원장님께서 모임 내 직책을 맡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여러 번 자신이 공지를 했지만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단체에게 화를 내며 조금 더 신경 써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기분이 나빴지만 다른 분들은 '아 예, 저희가 더 신경 쓰겠습니다.'라며 단락 시켰다.

다른 분들의 그 한 마디로 그분은 오히려 머쓱해하며 자신이 화를 낸 것에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분에게 생긴 불쾌감을 조절하기 위해 노트에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분 나쁨을 적었다가 나도 모르게 '그래서 나는 그분이 한 일들을 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당연히 답은 '아니'였다. 그분은 다들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오래 명상을 해 온 어른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힘든 일이었음을 나는 알고 있었고 정작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모두들 적극적으로 공지를 따르고 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그때 내 생각을 글과 단어를 '쓰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도 일기를 쓰고 생각나는 것은 모두 메모지에 적으며 책을 읽으면서도 꼭 필사를 한다. 


내 손이 멋대로 가서 글을 쓴 것을 시간 지나서 보면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문장 같은 것들도 멋진 문장처럼 보이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당연히 타인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글도 상당하다. 하하


내 기분과 자세에 따라 글씨가 달라지고, 


쓴 글들을 읽을 때면 당시의 '나'의 모습이 연상이 되며 그때의 기분마저 와닿는다. 


이런 게 바로 글쓰기의 매력 같다.


시간이 흘러도 과거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저런 다짐을 했으며 어떤 감정으로 밤을 맞이했는지도 잊지 않을 수 있다.


휴대폰 메모지에 써도 좋고 노트북에 타이핑을 해도 좋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손글씨와 손때가 묻은 


다이어리, 메모지가 가장 가치를 빛내준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쓰고, 책 필사를 하며 스스로에게 만족스런 하루를 선사했고


미래에 있어서 과거가 될 오늘의 나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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