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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님달님 Nov 06. 2015

아빠의 취미

오롯의 서있는 낚시의 찌

낚시    

아빠의 취미는 낚시다. 겨울에는 다니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지루한 낚시를 왜 다니느냐고 하는데 내가 낚시 하는 게 아니고 아빠가 운전을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난 기사가 되었다. 하긴 내가 운전 하려고 차를 사긴 했지만...

네비게이션을 안 사다가 낚시를 다니니 사자고 졸랐다. 요긴하게 잘 쓰긴 하지만 덕분에 아빠는 자주 낚시를 가자고 하는 통에 내가 귀찮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낚시터를 다니다 보면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을 본다.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낚시의 좋은 점은 경치 좋은 곳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지루할 때도 있긴 하다.

난 그늘에 앉아 글을 쓰거나 폰을 가지고 시간을 때우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시를 잘 쓰려면 사랑을 하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다.

수필을 잘 쓰려면 경험과 사색을 많이 해야겠지.

낚시를 할 때면 거의 꽝일 때가 많다. 뭐하러 낚시를 하는 건지 할 때도 있지만 잘 낚일 때는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어쩌다 있는 일이지만.

잔잔한 물속을 들여다보면 한참은 재미있다. 그러다 다리가 저려오면 그만둔다. 아빠의 말이 집에 있으면 나오고 싶다고. 하긴 일흔여섯 노인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아빠의 성격상 집에 있지도 못하는 성격이다. 낚시를 조금 멀리 가서 아빠는 낚시하고 나는 관광을 하면 되니 그 생각도 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멀리 가지는 않는다. 가끔은 가기도 하지만.

낚시만 오면 노는 건 같은데 집에 가고 싶기만 하다.

너무나 지루하고 더워서 커피숍에서 쥬스 한잔 마시고 잠시 주변의 풍경에 빠져본다. 월요일의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나밖에 없다.

빠뽕이라는 이름이 특이해 물어보았더니 태국의 도시 이름이 파뽕인데 빠를 써서 빠뽕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태국풍의 인테리어를 했고 음식도 태국 음식이라고 한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다.

오롯이 서 있는 낚시의 찌를 보는 것 보다 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동화의 소재를 찾아 생각에 빠져야 한다.

낚시 덕분에 커피숍을 알게 되었고 주변의 경치 또한 좋아서 이렇게 글감이 된 것 또한 오늘 얻은 수확이다.

창밖의 물이 빛에 반사되어 물이 빛이 난다. 나의 글도 반짝 빛이 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낚시를 해 본 적이 있다. 잠깐 손맛이라고 하는 걸 느껴 봤지만 낚시에 취미가 생기진 않았다. 어쩌면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안 그랬음 이렇게 글을 쓰는 행복이 줄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이 저 멀리 보이는 데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더운 날씨에 지치지도 않는 걸까.

가끔은 낚시를 다니다가 좋은 곳은 친구들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빠가 낚시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마비가 되진 않았지만,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약을 먹고 있지만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낚시를 가고 싶어 하는데 혹시 모를 위험에 안 된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낚시 할 수 있을 때 더 모시고 다닐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은 낚시 대신 여행을 더 많이 다닌다. 아빠 살아 생전에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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