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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Oct 06. 2020

점심에 매운 냉면 먹었습니다.

2020.6.19.


요즘 tv 틀면 나오는 미스터트롯 친구들을 보면, 참 행복해 보입니다. 간절한 꿈을 이뤄낸 기쁨이 전달됩니다. 문득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는지 돌이켜 봅니다. 꿈이라고 할만한 게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기동 맛집이라고 구글링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집을 여태 안 가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반 냉면보다 평양냉면을 더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그래도 유명한 집엔 한 번쯤 가봐야죠. 마침 오늘, 날이 덥지 않습니다. 복잡한 경동시장을 걸어서 통과합니다.



청량리 냉면거리에서 유독 이 집만 줄을 섭니다. 카운터에 앉은 사장님이 저를 보고 묻습니다.

남자분 몇 분이세요.
혼자요.
그럼 저 안쪽 방으로 가실게요. 남자 한 분 방으로~!

혼자 다니니 이득을 봅니다. 들어가며 마주친 이모.

보통으로요?
네. 보통 하나요.

제가 곱빼기 먹게 생기진 않았나 봅니다.



따뜻한 육수는 셀프입니다. 진한 고기 맛이 나는 육수. 왜 그 다들 아시는 그 조미료 맛입니다. 뻔하지만 후후 불어 마시면 맛있는.


냉면에 계란, 오이, 무가 얹혀 나옵니다. 고기 고명은 없습니다.

냉육수를 넣고 비벼줍니다. 평범한 맛입니다. 20년 전 대전대 6호관 학생식당에서 1400원 주고 사 먹던 냉면 맛과 비슷합니다. 별 대단함은 없습니다.


다른 냉면이랑 차이점이라면 맵다는 거. 몇 젓가락 먹다 보니 점점 매운맛이 올라옵니다. 냉육수를 더 부어줍니다.


매운 음식은 보통 뜨겁게 마련인데, 냉면이 맵다는 게 독특합니다. 찬 음식을 먹는데 땀이 납니다. 진열가한 진한가열 같은 말들이 떠오릅니다.


냉면을 비비고 다 먹는 데까지 딱 12분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듭니다. 밖에는 줄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 집이 언제 생겼는지 몰라도 아마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잘되진 않았을 겁니다. 차곡차곡 손님을 늘려가며 여기까지 왔겠죠. 저 역시 거창한 꿈을 꿀 게 아니라, 당장 갖고 있는 업장에 충실함이 바람직합니다.

냉면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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