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끝까지 간다는 것 -> 이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까지 해본다는 것
격물치지-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놓지 않고 묻고 깨닫기
진인사대천명- 내가 할 만큼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기
20대 중반부터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공부만 하다가 사회에 진출하는 대한민국의 20대라면 흔한 일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주변을 실망시킬 것 같은 두려움
잘 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질투심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해
매일 걱정했고 매일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그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술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책도 보고, 영화도 봤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묻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데도 고민이 끝나지 않아. 야 그냥 술이나 먹자”
하지만 내가 했던 행동은
- 고민을 회피하고
- 고민을 유예하고
- 고민에 대해 위로받기 위한
방어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일례로 다섯 번만 why를
붙여서 내 고민에 질문해보는
시도도 안 해보고 그런 소리를 했었다.
매일 고민을 써보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도도
안 해보고 그런 소리를 했었다.
정리한 고민들을 보면서
-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
- 가만히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
- 돈을 쓰면 해결할 수 있는 일
- 사람에게 물어보면 될 일
구분도 안 해보고 그런 소리를 했었다.
그냥 고민을 한다는 핑계로
나를 망가뜨리고
당장 생산적으로 보이기 쉬운 행동을 하면서
성과 없음에 대한 방어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방어막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주로 부모님)
나에게 "격물치지"는 없었고 "진인사대천명"도 없었다
사실 내가 할 만큼 고민의 끝에 가보는 것과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것은 필연적 과정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까지 하는 것)
힘이 빠질 수밖에 없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맡기게 된다.
이전에 하던 방식을 고수하면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놓고 내맡긴다고
말하면 분명 스스로 찜찜함을 느끼게 되고,
그 고민은 다음날 다시 나를 더 크게 괴롭힌다.
나는 내 고민을 매일 끝까지 붙잡고 사색하고
기록하는 과정도 안 해봤으니 힘이 들 일이 없었던 것이다.
헛 힘이 남아도니 있어 보이는 척하고 방어하는데 힘쓰면서
내맡기지도 못했던 것이다.
진짜 미치도록 해결하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목숨 걸고 미치도록 그것만 고민해보고
특히 이전에 하지 않았던 시도들을 다 동원해봐야 한다.
그것이 진짜 해결해야 하는 고민을 해결하는 사람의 자세다.
스스로 나는 내 고민에 정말 진지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임했는지 물어보면 떳떳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정도 무게의 고민이라면,
그냥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이다.
내가 과거에 하지 않았던 접근까지 동원해서
끝까지 파고들어야 할 고민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끝에서 고민의 해답이나 방향을 얻으면 그것으로 좋고.
설령 바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나머지는 미련 없이 하늘에 맡길 수 있기 때문에 또 그대로 좋다.
고민과 걱정은 잠깐 머물다 가는 객이 되고
평안을 주인으로 둔 인생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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