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큰아들의 생일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병원에 근무하던 나는 예정일까지 근무를 하려 했다.
첫 출산은 대부분 늦게 찾아온다고들 해서,
출산휴가 전에 하루라도 더 일하려던 마음이었다.
그런데 예정일 전날,
퇴근을 하려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이라 그런지
아파도 쉽게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괜히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진통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자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밤새 끙끙거리던 끝에,
아침이 되자 아이의 첫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내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발가락 열 개, 손가락 열 개 다 있죠?”였다.
병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출산의 순간을 지켜본 탓이었을까,
아니면 예정일까지 일한 죄스러움 때문이었을까.
그 말 뒤로 간호사님의 대답이 들렸다.
“네, 이상 없습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피부가 하얗고 또렷한 눈매의 아이.
그 작은 손을 처음 잡는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작은아이는 큰아이의 경험이 있었기에
조금은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예정일 하루 전날부터 출산 가방을 챙기고,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통보다 먼저
이슬이 비쳤고, 양수가 터졌다.
진통이 없이 시작된 출산.
보통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12월 31일.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맞닿은 날이었다.
누군가는 한 해를 보내며 웃고,
누군가는 새해를 맞으며 설레어하던 시간.
그 사이에서 큰아이는 내 링거줄을 잡고
병원을 오가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엄마, 괜찮아?”
그 목소리 속엔 어린 마음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자,
작은아이는 건강한 울음소리로 세상에 나왔다.
큰아이보다 조금 더 무겁게,
그리고 조금 더 우렁차게.
그 작은 손
나를 바라보던 또렷한 눈망울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작은아이가 태어난 뒤,
나는 육아휴직을 내고 1년 동안 함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왼쪽을 보면 왼쪽을,
오른쪽을 보면 오른쪽을 바라보던 그 아이.
마치 내 그림자처럼 함께 있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잡았던 그 손의 감촉,
작고 따뜻했던 그 온기가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