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히고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소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사람이 없는 어둠 속을 걸어왔다는 긴장감 때문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소공원은 낮에 오면 관광객이 많지만
그 시간에는 조용했다.
가로등 아래만 밝고
그 외의 공간은 어둑어둑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지도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 설악동까지 가면 된다.”
그 말이 스스로에게 하는 작은 격려처럼 들렸다.
소공원에서 설악동까지 이어지는 길은
밤이라 특별한 풍경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까 지나온 골목들보다는 훨씬 편했다.
길이 넓고
차도 간간이 지나다니니
무서움은 거의 사라졌다.
걷다 보니
점점 익숙한 공간들이 나타났다.
과거 설악산을 오르기 위해 지나던 버스정류장,
여행객들이 모여 있는 식당가,
오래된 간판들.
밤인데도 그 풍경이 반갑게 느껴졌다.
낯이 익은 길을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설악동으로 가까워질수록
숙소 불빛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불빛이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그만큼 큰 힘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때는 조용했지만
그곳을 자주 지나던 발걸음의 기운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그 흔적들 사이를 걷는 동안
내 마음도 천천히 풀렸다.
설악동에 거의 다다랐을 때
멀리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밤이 깊어 그런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도시의 소리가 모두 사라지고
산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도착하자마자
따로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다.
시간은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고
아직 본격적인 산행이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영금점에서 시작했던 긴장감은
설악동에 도착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이제 진짜 산으로 들어가는구나.”
그 생각 하나로
조금은 무거웠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