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바리스타
방문일자 : 2021. 03. 01
마신 것
에스프레소
딥 퍼플
젤라떼
게이샤 플랫화이트
딥 블루 레이크 X 게바(커피 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에 다녀왔습니다.
오픈 시간보다 30분 일찍 가기로 했습니다. 저 혼자였다면 안 그랬을 텐데 일행이신 얼리버드 두 분의 차를 얻어 타고 가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비가 오기도 했고요.
예상대로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대기번호가 13번이랍니다. 앞 12팀은 정말 커피에 미친 사람들이구나 생각하며 내부에서 기다렸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커피를 마시는 건 옳을까 고민도 해봤어요. 결과적으로는 매우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나갈 때 보니까 대기줄이 이야.. 2~3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무튼 저는 엘리다 에일을 제외한 전 메뉴에 도전했습니다. 물론 일행 분들과 나눠서 먹었어요.
모든 메뉴는 파나마 엘리다 게이샤 ASD로 만들었습니다. 엄청 유명한 농장이기도 하고, 여러 번 접해본 결과 유명세만큼이나 맛있으니 비싼 가격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이해 못하면 애초에 마실 생각도 안 했겠지만요 하하.
에스프레소는 델몬트 포도 주스를 연상케 했습니다. 나는 비싼 원두다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어요.
뒤이어 마신 딥 퍼플은 포도 주스 뉘앙스가 아니라 그냥 포도의 맛이 너무나 직관적으로, 강렬하게 저의 미뢰를 때리덥디다. 아니, 커피에서 이런 맛이 날 수가 있는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포도맛 젤리가 녹아들어가서 그렇네요. 사진은 제가 찍었지만 보시다시피 역광이라 스푼에 뭔가 올려져 있는 것만 알았지, 그게 젤리라는 건 몰랐어요. 아무튼 저 같은 사짜 홈 바리스타가 이렇게 하면 욕먹기 십상인데... 어느 시장이든 이끌어주는 사람이 혁신적인 시도를 해야 발전합니다. 에스프레소에 젤리만 추가됐는데 3,000원을 더 받으면 양심없는 거겠죠? 게스트 바리스타 행사를 위해 만든 카카오닙스 시럽이 따로 서브되었습니다. 커피를 반쯤 마신 후, 조금씩 섞어 넣으며 간을 맞춰 먹었습니다.
젤라떼는 젤라또와 라떼를 섞은 메뉴인 줄 알았어요. 평소에 젤라또를 좋아하니 무척 기대했었는데, 막상 나온 거 보니까 엑설런트인 거예요. 물론 엑설런트 맛있지만 젤라또에 비해 너무 떨어지잖아요? 아.. 당시엔 실망했습니다. 엑설런트 라떼는 시중에서 이미 많이 팔고 있잖아요. 그래도 이왕 주문한 거 일단 먹는데 이것도 포도 맛이 엄청 강렬한 거예요. 보니까 바닥에 덜 녹은 젤리가 깔려 있지 뭡니까? 알고 보니 젤라또 + 라떼가 아닌 젤리 + 라떼를 합쳐서 젤라떼라 부르는 메뉴더라구요. 이러면 실망할 필요가 없죠. 그것도 모르고.. 역시 아는 만큼 보입디다.
마지막 게이샤 플랫화이트는.. 맨 마지막에 먹어서 맛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아래에 시럽이 깔려 있었어요. 제주도 커피 템플에서처럼 섞지 말고 그냥 마셔서 샷-우유-시럽이 차례대로 느껴지는 맛의 변화를 느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내부를 찍진 않았습니다만 총 3층인가의 건물입니다. 건물의 평수는 작은 대신 높이 올린 협소 주택 같은 구조입니다. 거주지는 아니고 커피를 팔고 있으니 협소 카페라 해야 맞을까요? 흔히들 말하는 "인싸 카페"들처럼 불편한 의자는 아닙니다. 편안한 좌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분위기입니다. 창가에서 비치는 햇볕도 분명 매장의 분위기에 한몫할 겁니다. 이 날은 비가 왔지만 이 또한 운치있었구요.
게스트 바리스타가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나 봅니다. 귀리우유 브랜드 OAT-LY!에서 무료로 귀리우유를 한 팩씩 나눠주더라구요. 나날이 스케일이 커져 가는 게바, 다음은 502 커피 로스터스에서 진행한다고 해요. 이번엔 또 어떤 메뉴를 선보이실지 기대해보아도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날 내 우산 훔쳐간 그 인간. 분명 나보다 먼저 마신 12팀 중 한 명인데.. 가다가 똥 밟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