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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Feb 22. 2024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외로움 사람 #3

완벽주의라고 한다면 모든 일에 대해서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만난 몇 명의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내가 생각한 거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시작조차도 안 한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으니 아직은 시작하면 안 돼!
이런 느낌이랄까?


더 큰 문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완벽하다는 게 도대체 어디까지를 완벽하다고 해야 할까?

시작부터 완벽한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그분들 모두가 그렇다고 또 같은 성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신기할 정도이다.


게다가 흥미로웠던 것은 일을 일단 시작했다가 프로젝트가 잘 안 되거나 실패를 했다면 스스로 자책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상당히 피곤하게 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개발자로 살아오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완벽주의는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도하고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빠르게 서비스를 오픈하고 시장의 반응과 피드백을 중심으로 완벽하지 않은 것을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속에서는 완벽주의보다는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완성시켜 나가려는 책임감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그렇게 만든 서비스가 시장과 사용자들에게 외면받거나 호응이 없을 수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계획이 완벽했다 할지라도 시장과 사용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것을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과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다시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의 방향을 바꾸든 완성된 서비스의 문제점을 보완하든 다시 나아가려는 판단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자책하느라 이런 것을 놓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다.


결국 중추적인 역할을 할 어느 키맨의 완벽주의보다는 키맨을 중심으로 목표를 향해 나가는 다른 동료들과의 소통과 협업이 더 중요하다.


물론 완벽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 수도 없거니와 꼭 완벽할 필요도 없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날은 흐린 오후이다.


오랜만에 M이 가게를 방문했다.


언제나처럼 완벽한 슈트 차림의 그는 화보에서나 보는 그런 스타일을 가진 분이셨다.

구김 없는 옷매무새와 슈트에 맞는 넥타이와 포인트를 주는 넥타이 핀, 멋들어진 행커치프, 멋쟁이들만 한다는 커프스 버튼을 사용한 정석적인 프렌치 커프스의 멋짐은 언제 봐도 우아한 느낌마저 준다.


"바스키아. 언제나 마시던 글렌피딕 솔레라 15년 산으로."


고가의 라인업을 선호할 것 같은 그의 기호는 생각 외로 심플하다.

글렌피딕의 라인업 중 솔레라 15년 산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싱글몰트 애호가들이 은근히 많이 찾는 라인업으로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다.


쟈켓을 벗을 때 드러나는 그의 서스펜더 역시 묘하게 고전적인 멋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그의 한탄소리가 들렸다.

 

"아... 이번 프로젝트는 망했어..."


"진행하시는 프로젝트가 잘 안 풀리시나 봐요?"


한숨을 내쉬며 그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제나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계획부터 모든 것을 내 손을 거치지.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는 실패한 적이 없다네.
내 손을 거치지 않은 프로젝트는 의미가 없어.

게다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맘에 들지 않아!
항상 내가 모든 것을 손을 봐줘야 하고 마무리도 내가 해야 한다네.
그런 식으로 어떻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지...

그게 그렇게 안되나?
항상 내 기준에 못 미친다네.
이럴 거면 그냥 나 혼자 하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커져가네.


"프로젝트란 게 혼자 진행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결국 나 혼자 거의 다 했다고 봐야지. 결국 동료들이 한 걸 다시 봐주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나 혼자 하는 게 더 빠르고 완벽할 거 같아."


"프로젝트 시간이 촉박했나 보네요?"


"그건 아니고 내가 프로젝트를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서 말일세."


프로젝트 하나도 진행하기 힘들 텐데 몇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그의 성향은 동료들에게 예민해지고 때론 압박감을 줬을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한다면 외롭지 않을까요?"


한참을 고민하고 뜸 들이다가 M이 입을 열었다.


"바스키아. 왜 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는 거지?"


그렇잖아요.
프로젝트에서 자기편이 없는 거 같아 보여요.
결국 혼자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거 같습니다.


Cal Tjader-Stan Getz Sextet - For All We Know (1958년 음반 Cal Tjader-Stan Getz Sextet)


"허허허.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가 뭘 알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내가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도 모를 텐데..."


"M이 하는 프로젝트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대학교 2학년이 되면 공대는 전공 프로젝트를 하는 중요한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했지요. 어떤 주제를 가지고 하는 프로젝트예요. 근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전혀 몰랐어요. 처음이니까요. 그때 정말 절실했던 거는 프로젝트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거예요."


"처음 하는 프로젝트라면 그럴 수 있지."


"그렇죠. 프로젝트라는 것을 언제 해봤겠어요."


"하긴 가장 어려운 건 해 본 적 없는 것을 시작하는 거니까."


"그렇다면 경험 있는 선배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이드라인만 준다 해도 힘이 될 거 같아요. 그러면 좀 더 수월하게 시작했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지!! 선배의 그런 경험이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 그러라고 선배가 있는 거 아닌가!!"


그럼 M도 그 동료분들에게 선배가 돼주시면 되잖아요?


M은 잠시 고민하는 듯 생각에 잠겼다고 입을 열었다.


"결국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가?"


"M. 왜 그러세요. 제가 그런 주제넘은  아닙니다."


"미안하네.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야. 오해하지 말라고. 그러고 보면 한 번도 내가 팀장으로 동료들에게 업무를 제대로 알려 준 적이 없는 거 같으니 하는 말일세."


"그저 저는 M이 그런 일로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민이 되는군. 결국 내가 같이 일하는 동료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닌지... 그나저나 한 잔 더 부탁하네."


담배를 입에 물고 무언가에 잠기듯 생각하는 M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 주의에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편이 많아지기를 기원하며 건배!



바이브라폰 주자 Cal Tjader는 50년대 후반 라틴재즈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이다.

그렇다고 라틴재즈만 한건 아니고 비밥에서부터 스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뮤지션이다.


이 음반이 특히 기억에 남는 건 Stan Getz와의 만남도 만남이지만 이 작품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름이다.

찰리 브라운의 음악으로 더 잘 알려진 Vince Guaraldi라든가 기타리스트 Eddie Duran, 드러머 Billy Higgins의 참여도 참여지만 무엇보다 더 베이시스트 Scott LaFaro의 이름이 눈에 띈다.


Milt Jackson이나 Bobby Hutcherson 같은 뮤지션들에 의해 좀 가려진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맛깔스러운 그의 연주를 확인할 수 있는 음반 중 하나로 Stan Getz와의 앙상블이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Label: Fantasy

Title: Cal Tjader-Stan Getz Sextet

Released: 1958


Cal Tjader - Vibraphone

Stan Getz - Tenor Saxophone

Vince Guaraldi - Piano

Eddie Duran - Guitars

Scott LaFaro - Bass

Billy Higgins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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