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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Mar 14. 2024

진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아?

의심하는 마음

에디슨이 한 말이라지?


근데 계발서의 어떤 성공 스토리나 저런 명언들을 좀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내 생각은 이랬다.


결국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자기 자랑에 불과한 거 아냐?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다 저렇게 생각했다면 전부 다 성공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근데 나를 포함해서 실패에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게 된 하나의 진실은 우리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가 저렇게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저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두려움을 행동으로 실행하고 떨쳐내는 사람들만이 실패를 거울삼아 전진한다는 것이다.




첫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론 말단위원이었던 내가 무슨 주도권이 있겠으며 뭘 알겠냐마는 프로젝트 자체가 상당히 방대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답답한 건 나에게까지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장님이 된 느낌이다.


정보가 공유되어야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추려낼 수도 있는데 결국 나는 그저 하나의 큰 그림만 쳐다보고 있으니 뭐부터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지쳐간다.


그날 가게에는 세라노 혼자 있었다.


"세라노. 오늘 손님이 없네요?"


"장사란 게 항상 잘 되라는 법은 없는 거네. 손님이 많을수록 좋겠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그러면 손해잖아요?"


"아니 왜 손해인가? 이런 날에는 가게도 여유롭게 둘러보고 정비할 부분이 있는지 깨진 잔이 있는지 위스키 재고도 다시 확인해 보고 하는 거라네. 그래야 손님이 많이 왔을 때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응할 수 있으니까 말일세."


역시 세라노다운 대답이다.


세라노.
요즘 회사에서 처음으로 사이즈가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프로젝트들이 그리 크지 않고 생각보다 부담이 안 커서 수월하게 진행했던 거 같은데 이번 프로젝트는 전국적인 프로젝트라서 아직 파악도 다 못했네요.

게다가 회사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보도 공유를 안 해요.
높으신 양반들끼리 놀고 있는 건지?

말단위원도 직원인데 말입니다.
물론 제가 맡을 역할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고 중요한 역할을 맡기기야 하겠습니까만은...

걱정부터 앞서네요.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그럼 그럴 때는 말이야. 방법이 있다네"


"방법이요?"


"내가 일할 적에 배운 방법 중 하나가 프로젝트 자체를 하나로 보는 게 아니고 공통된 부분을 찾아 조각을 내서 그 조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하나씩 정보를 얻어가는 거였네."


"조각이요? 무슨 퍼즐도 아니고...."


"생각보다 프로젝트라는 것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닐세.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프로세스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 되어 있어. 그런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게 되더군. 아마도 내 생각인데 말이야. 그중에 하나의 조각에 자네가 참여하지 않을까?"


"흠..."


"게다가 전국적인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한 회사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닌 경우에는 아웃소싱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네. 그래서 그런 외부 회사들과의 소통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지. 그런 걸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퍼즐이라고 했나? 그 퍼즐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는 걸 자네도 알 텐데?"


"그렇군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세라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물음표만 띄운 채 그저 위스키만 홀짝홀짝 마셨다.


결국 세라노의 말대로였고 내 역할은 단순했다. 몇 개의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중간에 내가 소통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성공을 했을까?


물론 아주 상콤하게 실패했다!


그들 간의 교통정리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좋았겠지만 문제는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이다.


이메일이나 전화통화, 방문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간의 프로젝트 진행상황 같은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고 취합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묶고 보고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실패의 이유는 자명하다.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으니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틈이 모이니 이게 걷잡을 수가 없이 커졌다.

결국 소통이라는 하나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Barry Harris Trio - My Heart Stood Still (1961년 음반 Preminado)


내가 IT세계에 들어올 당시 저 때의 실패가 문득 떠올랐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는 말인가였다.


저 때의 실패가 지금 내가 하는 IT랑 무슨 상관이람?


딱 이 생각부터 들었던 것이다.


 IT랑 저 때랑 다른 데 어떻게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을 수 있단 말인가?라는 의구심도 당연 머릿속에 슬며시 들어왔다.


그저 하나의 실패일 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모놀리식 아키텍처 (Monolithic Architecture) 서비스를 MSA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IT에서 저 실패한 사례를 보면 딱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Microservice Architecture)랑 상당히 비슷하다.


세라노의 말처럼 하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많은 논의를 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내 생각을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그런 두려움들 말이다.


그때 내가 느꼈던 소통의 두려움도 떨치기 위해 무난히 노력을 하기도 했고 동료들과 의견차가 나기도 했지만 그것을 좁히기 위해 내 나름대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에서 어머니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Charlie Parker가 등장하면서 재즈의 지형이 싹 다 바뀌고 점차 젊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개성을 음악 속에 녹여내기 시작한 시기가 비밥 시대이다.


앙상블 위주의 오케스트라에서 점차 뮤지션들의 개성을 드러내기 수월한 소규모 캄보로 이동하던 40년대 중반을 지나 50년대 이후 블루스를 기반으로 비밥과 펑키 - funky - 스타일들도 혼재하면서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 뮤지션들도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중에 한 명이 바로 피아니스트 Barry Harris이다.


90년대 이후 Venus Label을 통해 다시 한번 재즈팬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60년대 그의 음반을 들어보면 상당히 경쾌하면서도 특유의 블루스와 펑키함이 굉장히 두드러지는 연주를 들려준다.


<Preminado>는 비밥에서 하드밥으로 넘어가는 그 중간의 위치한 작품으로 그의 다른 트리오 작품이나 솔로 작품들도 상당수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한다.


Label: Riverside

Title: Preminado

Released: 1961


Barry Harris - Piano

Joe Benjamin - Bass

Elvin Jones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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