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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un 21. 2024

음악이 사라졌다

낯선 상상 #5

며칠 전 뉴스에서 온종일 나온 이야기는 음악이 사라졌다는 뉴스였다.


매번 뉴스 전에 울리던 시그널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백색 소음 위로 아나운서의 말은 너무 건조하게 들렸다.


음악이 사라진 세상은 삭막해졌다.


거리에는 마치 폭동이 일어난 것 같은 흔적이 남았다고 한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거리의 풍경에는 곳곳에 LP, CD를 비롯해 이어폰과 헤드폰등 음악과 관련된 물건들이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음악이 사라지니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수많은 음악가들 중 상당수가 자살을 하거나 삶을 포기하고 노숙자가 되면서 거리를 채웠다는 뉴스도 들렸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생물인가?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 아니던가!


음악이 사라지고 혼란이 발생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금방 적응해 버린 인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몇몇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곳은 어둠 속이었고 밖은 무언가로 어수선한 소리가 계속적으로 들렸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니 잠잠해졌다.


왜 그 사람들은 날 이 어둠 속에 가둔 것일까?



Musica Nuda - Come Together (2019년 음반 My Favorite Tunes)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꽝!


문을 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봐! 알론소 여기 좀 보라고!! 여기 창고가 하나 있는데?"


"마누엘! 창고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인가? 어휴 이 먼지들! 엄청나게 오래된 창고인가 보네?"


알론소는 창고를 둘러보다 뭔가를 발견하며 소리쳤다.


"어? 근데 저 검은 물체는 뭐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둘러쌓다.


마누엘이 나이 많은 레오를 불렀다.


"레오 아저씨! 이것 좀 보세요. 아저씨는 이게 뭔지 아시죠?"


레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놀라워하며 대답을 했다.


"아! 이건 할아버지한테 말로만 들었던 그 피아노라는 물건 같은데?"


알론소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피아노가 뭐 하는 건가요?"


"글쎄.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할아버지한테 들었다고 하는데 음악이라는 것을 연주하는 악기라는 물건인 거 같은데... 아마 그럴 거야."


"음악이라고 하면 책에서 봤던 아름다운 소리 그거 말하는 건가요?"


"뭐... 아름다운 소리라는 게 뭔지 우리는 모르지. 어쨌든 이런 물건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니!!!"


그때 부산하게 움직이던 마누엘이 소리쳤다.


"자자자! 빨리 움직입시다. 이제 곧 어두워지는데 주인이 전부 불태워버리라고 했으니 후딱 정리하자고."


사람들은 나를 들고는 어디론가 가더니 불구덩이 앞에 나를 내려놨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피아노는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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