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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Time Goes By

영화 Chico & Rita

by 나의기쁨

개인적인 생각으론 쿠바/라틴 음악, 특히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분들이라면 재미있게 봤을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99년도에 소개가 되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열광적인 인기로 잠시 얻었던 쿠바/라틴 재즈에 대한 관심이 잊힐 때 즈음인 2010년도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라 독특한 작화의 포스터나 해당 영화 소개는 한 번쯤은 봤을 법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영화!


바로 애니메이션 영화 <Chico & Rita>이다.


내용은 쿠바와 재즈 관련된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이다.

아무튼 대중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재즈 마니아들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영화는 일종의 액자식 구성으로 현재의 주인공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쿠바를 배경으로 피델 카스트로의 오랜 집권이 끝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리코는 구두닦이를 하며 살아가는 말년을 보낸다.

집에서 맥주를 한잔 걸치고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을 듣던 그는 젊은 시절 몸이 기억하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누군가를 회상한다.


바로 그녀의 연인이었던 리타.


바로 이 두 주인공의 이름이 영화 제목 되시겠다!


때는 48년 쿠바의 하바나.

천재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리던 치코는 우연히 어느 클럽에서 Besame Mucho를 부르고 있는 리타를 보며 작업을 건다.


하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그러나 운명이었을까 그날 와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오지 못하면서 대신 피아노를 치게 된 치코.


이 사건을 계기로 원나잇을 하지만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치코의 방탕한 사생활이 문제였지만 어쨌든 이 두 명은 어느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게 되며 기회가 생긴다.


그날 경연을 본 미국의 프로듀서인 론이 리타에게만 미국에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런저런 오해와 리타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자 시작된 치코의 질투등 많은 것들이 꼬이면서 결국 리타는 론을 따라 뉴욕으로 향한다.

그리고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된다.


혼자 남은 치코는 마음이 허해지는 것을 느끼고 결국 리타를 찾으러 뉴욕으로 향한다.

하지만 프로듀서 론은 치코가 탐탁지 않다.


그래서 치코와 그의 매니저인 라몬에게 돈을 주면 니들이 기획사를 차려서 유럽에서 활동해 보지 않겠냐며 제안한다.


리타와 떨어뜨리고 싶었던 론의 제안을 받아 유럽에서 활동하게 된 치코는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유럽에서 성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리타가 그리운 치코는 그녀의 이름을 제목으로 했다가 마음을 숨기고 싶었는지 자신이 키우던 강아이지의 이름을 따서 릴리라는 제목의 곡을 만들었고 이 곡을 리타가 듣게 되면서 치코를 찾아온다.


치코의 진심이 리타에게 전달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결혼을 약속하지만 이것을 지켜본 매니저 라몬은 론과의 계약을 떠올린다.


이 둘이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계약 중 하나였고 라몬은 해선 안될 짓을 하게 된다.

결국 치코는 마약 소지 혐의로 쿠바로 추방당한다.


이 사실을 몰랐던 리타는 또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흑인으로 겪는 인종차별등 많은 이유로 그녀의 활동도 끝이 난다.


당시 미국과 쿠바는 단교로 인해 미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치코.

게다가 피델 카스트로 정부는 재즈 음악이 미국 제국주의의 음악이라고 금지하면서 구두닦이로 삶을 연명해야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시대가 변한 어느 날 여성 가수와 프로듀서가 그를 기억하고 찾아온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리타를 지금도 잊지 못한 그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수락하고 결국 미국으로 그녀를 찾아가게 된다.


사진 한 장 들고 그녀를 찾는 치코


무려 47년간 그와 함께 했던 호텔에서 잡일을 하면서 지내던 치코를 기다리던 리타를 결국 만나게 된다.

이젠 노인이 되어버린 둘이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그녀가 아름답다는 말에 웃음을 짓는 리타.


이렇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운명 같은 뻔한 사랑의 이야기와 스토리는 솔직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트와 쿠바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Bebo Valdés의 음악이 다 하는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지만 15세 관람가이다!


Bebo Valdés의 아들은 국내에서도 BlueNote를 통해 알려진 재즈 피아니스트 Chucho Valdés이다.


<서극의 칼>이라는 영화를 아는지 모르겠다.

95년도에 나왔던 이 영화를 나는 정말 좋아했는데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와 대비되는 점이 있어서 <서극의 칼>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리타가 치코를 향해서 한 그 말.


47년간 기다렸어요. 당신이 이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을!


아 이 얼마나 슬프고 애절한가!!


하지만 <서극의 칼>에서는 마지막 엔딩에서 칼 제련소 주인의 딸이었던 소령은 이제 늙어서 혼자 의자에 앉아서 정문을 바라본다.

오랜 기간 장안 (조문탁)과 철두(천하오)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결국 이 둘은 오지 않는 그런 슬픈 엔딩!


이 영화가 메인은 아니지만 잠깐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서극의 칼>은 당시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그 시점의 분위기를 녹여낸 느낌이 든다.

장안과 철두는 돌아오지 않고 이제 혼자 남은 소령은 마치 홍콩과 같은 그런 느낌?


여기에는 많은 재즈 곡들이 등장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곡은 As Time Goes By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영화 <카사블랑카>를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As Time Goes By가 바로 <카사블랑카> 메인 테마가 아니던가!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그 긴 인연의 끝이 사랑이라는 주제!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워지는 그(그녀)!!!!!!!


이 영화의 내용과 상통하는 곡이기도 하다.



Barbra Streisand - As Time Goes By (1964년 음반 The Third Album)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미국 최고의 엔터테이너 중 한 명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수로서의 성공은 물론 배우, 연기자, 감독, 작가로 많은 방면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보컬을 그다지 즐겨 듣지 않지만 그녀의 초기 작품 중 이 세 번째 음반 <The Third Album>은 손에 꼽아보고 싶은 음반이다.

이 시기만 해도 그녀는 팝보다는 재스 스탠더드를 주로 불렀다.


그가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이 당대 최고의 디바들이었는데 그중에 그녀의 버전을 한번 선택해 봤다.


특히 Ray Ellis는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이면서 지휘자, 특히 편곡가, 프로듀서로 더 잘 알려졌는데 그가 지휘자, 편곡자로 참여한 음반 중 Billie Holiday의 <Lady In Satin>을 비롯해 많은 뮤지션들의 음반에 참여했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이 음반 <The Third Album>에도 참여했다.


Eddie Higgins Trio - As Time Goes By (2001년 음반 Bewitched)


이런 우아함을 잘 보여주는 Eddie Higgins의 연주를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사실 Bebo Valdés의 인생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도 쿠바에서 멕시코로 넘어갔다가 미국에서 활동 이후 유럽에서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후 이 관심을 이어받은 2000년 라틴 재즈 다큐멘터리 영화 <Calle 54>로 다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Calle 54>가 또 스페인 영화라는 점도 흥미롭고 여기에 참여한 뮤지션들 보면 참 대단하기도 했다.

물론 Bebo Valdés, Chucho Valdés도 참여하기도 했다.


한 번은 봐볼 만한 영화 <Chico & Rita>!

애절한 사랑 이야기와 매력적인 재즈 음악의 조화가 참 멋진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Label: Columbia

Title: The Third Album

Released: 1964


Barbra Streisand - Vocals

Arranged And Orchestra conducted By Ray Ellis



Label: Venus Records

Title: Bewitched

Released: 2001


Eddie Higgins - Piano

Jay Leonhart - Bass

Joe Ascione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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