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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 Blues

영화 Bird

by 나의기쁨

나에게 재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Miles Davis가 아니다.


이전에 소개한 <Collateral>에서 언급한 장면에서 빈센트가 답이 틀렸다며 바로 총으로 쏴버리는데 맥스가 틀리지 않았는데 왜 죽였냐고 따질 때 빈센트가 한 말은 줄리어드 음대는 얼마 안 있어 중퇴하고 실제 52번가의 Charlie Parker에게 가서 음악을 배웠다며 맥스에게 말해준다.


그렇다!


내가 Donna Lee를 통해 재즈를 접할 때 그 접점이 Charlie Parker였고 그의 연주를 Jaco Pastorius처럼 모두 베이스로 카피해 보자는 생각에서 재즈를 입문했기 때문이다.


재즈는 실제로 Charlie Parker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평가할 만큼 그의 영향을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한다.


엄청난 마약 중독자 천재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연주력과 속주, 즉흥 연주, 특히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음악을 재즈로 승화시켰던 그의 음악성은 지금까지도 많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줄 정도이니...


그래서 당연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한 1988년 영화 <Bird>를 이쯤에서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플롯?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따지지 말자.


그냥 Charlie Parker와 그 친구들 그러니깐 일전에 한 번씩 소개하기도 했던 트럼페터 Dizzy Gillespie, Red Rodney 같은 뮤지션들이 나오고 마약 살 돈을 위해 공연을 하러 시카고, 로스 앤 젤러스, 뉴욕, 캔자스를 돌며 마약소지로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작은 이렇다.

영화 <Whiplash>에서 언급되었던 에피소드이기도 한데 어린 Charlie Parker는 캔자스시티의 Reno Club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꿈은 여기서 잘해서 Count Basie 밴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재즈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TMI

당시 캔자스시티는 Lester Young, Hot Lip Page 등 내로라하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모였던 곳으로 이 도시에 대한 전설적인 레전드 에피소드들이 정말 많은 도시이다.


다시 돌아와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속주와 유려하면서도 즉흥적인 연주를 선보이지만 드러머 Jo Jones가 그만하라는 의미로 그에게 심벌을 던졌고 야유와 비웃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전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뮤지션 개인의 어떤 역량보다는 빅밴드 내에서의 앙상블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20년대에서 4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의 연주는 시대를 앞서갔던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렇게 Charlie Parker를 마약 중독자, 특히 마약과 술 앞에서는 염치나 자존심은 개나 줘버렷! 하는 태도의 인간 말종으로 그려내고 있다.


근데 그게 사실이라서... 반박 불가라는 게 함정!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래도 명색이 모던 재즈의 거장 Charlie Parker의 일대기인데 너무 초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다소 절제된 감정선과 그의 음악적 업적이나 성과를 나름대로 잘 그려낸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라고 할 게 없어서 좀 애매하긴 하지만 주연을 맡았던 나의 최애 배우중 한 명인 Forest Whitaker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재즈와 삶에 대해 무언가를 관통하는 듯한 표정.

만일 실제로 본다면 그랬을 것 같은 설득력을 주는 포레스트 휘태커의 고뇌와 열연은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내용은 별거 없음에도 그의 열연으로 이 영화를 통해 88년도에 프랑스 칸느 영화제에서 당당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주요 위치 중 중요하면서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뉴욕 52번가의 Birdland 클럽이다.



영화와는 상관없는 정보로 그의 별명이었던 Yardbird의 bird를 모티브로 만든 클럽이지만 생전에 그는 이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돈을 그렇게 요구했다고 한다.

아마도 마약 때문일 텐데 이런저런 일로 문제도 많이 일으켰다고 한다.


하긴 그는 동료들에게도 거의 삥 뜯다시피 했는데 이게 다~ 마약 때문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웃픈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서 그는 당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을 후원했던 영국 출신의 파노니카 드 쾨닉스와터, 일명 니카 부인으로 불렸던 그녀의 스위트룸에서 마지막을 보냈는데 죽기 전까지 위스키 없냐고 했다는 일화는 뭐 너무나 유명하다.


TMI

참고로 그녀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게 있으시다면 당신은 재즈 마니아이다.

파노니카, Thelonious Monk의 명곡 Pannonica의 그 파노니카이다.

그리고 Nica라는 이름이 들어간 재즈 곡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Nica는 그녀의 이름을 줄인 애칭 정도로 볼 수 있고 이것은 그녀의 대한 헌정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 차일드 가문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 이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한 번은 꼭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Charlie Parker - Cool Blues (2002년 음반 The Complete Savoy & Dial Master Takes)

이 영화의 o.s.t도 존재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참 멋지다고 느꼈던 곡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Cool Blues이다.


여기 참여한 뮤지션들 중 피아니스트 Erroll Garner의 이름도 눈에 띈다.


Bud Powell - Ornithology (1955년 음반 The Amazing Bud Powell, Volume 1)


Charlie Parker 조차도 자신보다 더 미친놈이라고 했던 Bud Powell의 Ornithology는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서 나오는 수많은 그의 곡 중 이 두곡만큼은 언급하고 싶었다.


솔직히 Now's The Time, Ko-Ko도 있긴 하지만...


개취야!!!!!


참고로 영화 <Bird>의 o.s.t. 도 굉장히 특별한데 실제 Charlie Parker의 연주만 따와서 다른 뮤지션들 그러니깐 레전드급 뮤지션들인 Ray Brown, Ron Carter, Barry Harris, Walter Davis, Jr. 그리고 Charlie Parker의 동료였던 Red Rodney 등이 연주를 새로 해서 입힌 방식이라 o.s.t. 자체도 굉장히 멋지다.



누군가는 그를 천하의 망나니 개새끼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맞는 걸 어떻게?

사실인걸...


반박할 수가 없음에도 모던 재즈의 거장이라고 평가하는 이 영화!!!

한번 보시고 두 번 보시길!!



Label: Savoy Jazz

Title: The Complete Savoy & Dial Master Takes

Released: 2002


Charlie Parker - Alto Saxophone

Erroll Garner - Piano

Red Callender - Bass

Doc West - Drums


Bird o.s.t. Session

Label: Columbia

Title: Bird o.s.t.

Released: 1988


Charlie Parker - Alto Saxophone

Walter Davis, Jr. - PIano

Ron Carter - Bass

John Guerin - Drums



Label: BlueNote

Title: The Amazing Bud Powell, Volume 1

Released: 1955


Bud Powell - Piano

Tommy Potter - Bass

Roy Haynes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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