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요수(樂山樂水)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 칼럼

by Kimkihoon


서울 집에 오면 너무 좋은 것이 산과 물이다. 배산면수(背山面水)라는 말은 뒤에 산이 병풍처럼 막아주고 앞으로는 물이 흐른다는 말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적인 요건을 이야기한다. 산은 양이요 물은 음이니 음과 양의 가운데 집을 쓰면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논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인자요산 仁者樂山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자요수 智者樂水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

왜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할까? 홀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생각의 중심에선 산처럼 듬직한 신념과 당당한 자세가 있다. 산은 조용히 번잡스럽지 않고 고요하며 나무와 새와 바람 그리고 드리운 햇살을 푸르게 품고 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머리가 복잡하고 세상이 시끄러울 때 산을 찾아 마음을 다잡고 다시 나아가니 산은 어진이를 만들고 어진이는 산을 다시 찾는 순환에 서있다.

물은 흘러서 간다. 이 또한 순환이며 산에서 흐른 물이 돌고 돌아 바다로 나아간다. 물은 씻어주며 채워주고 흘러가되 고요하다. 지혜로운 자는 물처럼 한없이 베풀며 나누어주되 그 공을 다투지 아니한다. 상선약수란 바로 노자가 말한 물의 착함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물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생존의 요건 이외에도 물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해 준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물이 넘치면 곧 죽는 것이 인간의 법칙이기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가까이하되 도에 넘치지 않는 분수를 지킨다. 그것이 바로 지족(知足)이다.

우리 조상들은 집안 거는 그림으로 산수화를 선호했다. 음양의 원리로 보면 인간은 매우 지혜로운 동물로 생물에게 조화로운 자연의 이치를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산과 물은 인간에게 크나큰 복을 주고 영감을 주며 마음에 안식이 되고 생활에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백의 시를 한수 띄우며 하루를 시작해본다.

산중문답 山中問答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일세, 인간 세상 아니네.

2019년 5월 30일 서울 산속에서 물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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