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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30. 2020

몸과 마음의 엇박자 속에서도 쓰는 일은 강행되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글도 잘 써진다. 몸이 망가지면 영혼도 망가진 상태에서 같이 봉인되고 만다. 아무리 잘 쓰고 싶어도 그런 상태에서는 썩은 글만 양산될 뿐이다. 혹시 당신도 그런 신호를 가끔 받는 편인가? 그렇다면 그럴 때마다, 그 시그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심히 궁금하다.


2010년부터 몸은 줄곧 여러 형태의 시그널을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거부의 메시지를 대신 전송하는 편을 선호했다. ‘지금 바빠 죽겠는데, 대체 뭐여?’ 이런 말들을 주로 지껄였다고 할까? ‘다음에 보자고 다음에’ 이런 말도 같이…


내가 받는 시그널들은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1단계 : 잠이 쏟아진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간혹 알람을 놓친다.

2단계 : 퇴근하자마자 몸이 너무 무거워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버린다.

3단계 : 편두통이 심해진다.

4단계 : 코피가 갑자기 터진다.(간혹 쌍코피까지)

5단계 : 부정맥(심장 조기수축)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심각한 것은 5단계다. 1단계에서부터 4단계까지는 그럭저럭 예방 또는 진압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5단계는 손 쓸 방법이 없다. 병원에 가서 심전도 검사를 받아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받으면 멀쩡하다. ‘너 병원에 왜 왔니’?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24시간 홀터 감사 같은 걸 받아야 그나마 제대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할까? 그런데 그럴 시간이 없다.


근데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게다가 ‘조기수축은 그냥 흔한 증상이야.’라는 말을 들어도, 이 증상을 느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 심장이 덜커덩, 이물질 넘어가는 소리 같은 걸 듣는다는 게 상당히 피곤한 일이 된다. ‘내 심장이 뛰는 걸 아무도 모르게 하라’, 처럼 그냥 소리 없이 작동해주면 그만인데, 그 세차게 흔들리는 소리를 내가 감지하는 순간, 불편함을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건 그만큼 몸이 지쳤다는 반증이다. 몸이 마음에게 호소한다는 얘기다. ‘제발 좀 쉬어 달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완벽한 휴식 시간을 가져 달라고’ 이런 요청이 쇄도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터지면 몸은 내 바쁜 일상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마트 바닥에 드러누운 아이의 상태 같다고 할까. 몸은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시그널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쉬면 누가 일을 해줄 건데? 독수리 오형제가 대신 해주나?’ 아, 언제 적 유머를 활용하는 건지 모르겠다. 힘드니 ‘독수리 오 형제’ 같은 단어까지 툭툭 튀어나온다. 어쨌든 나는 게거품을 물고 몸에게 '제발 닥쳐! 까불면 더 혹사시킬 거야!'라고 협박이나 하고 만다.



그런데, 몸이 멀쩡한데 마음이 고장 날 때도 있다. 몸이 최상이라고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따로 반응하는 것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몸은 증상이라도 나타내지만 마음은 아무런 시그널도 보내주지 않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 마음에 통증이 생겼다는 것은 부정맥 보다 원인이 더 명확하지 않아서 골치 아픈 일이 되고 만다. 


분명히 문제가 생긴 건 맞는데, 마음 어느 부분에 구멍이 난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르니 메울 방법도 없다. 통증은 점점 심해지는데 대책은 없다.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집이 훨훨 불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내릴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마음이 타들어 가는 걸 관망해야 한다. 


하긴,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같이 따라가는 편이니, 보통은 몸을 위로하면 마음을 저절로 치유되는 편이긴 하다. 그러니 나처럼 1단계에서부터 5단계까지의 시그널이 터지면 상황에 따라 몸을 쉬도록 해주는 대처가 요긴하겠다. 영양제를 처방하는 일이나 음식을 과다하게 주입하는 일은 다소 어리석다.(살만 찜) 근본적인 대책은 쉬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로부터 완벽히 독립되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회사에서 여전히 일을 해야 하는 신분이고, 나머지 시간엔 커뮤니티를 운영해야 하는 소임을 맡고 있다. 일을 완벽하게 놓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터지면 나는 쉬는 행위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편이다. ‘아, 자투리 끌어모으느라 영끌 했는데…” 어쨌든 쉬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출근하지 않는,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잠을 몰아서 자는 것이다. 잠 귀신에 빠진 사람도 아닌데, 햇살을 두려워하는 좀비처럼 9시간 이상을 내리 자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아무런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채팅방에서 빨간불이 난폭스럽게 번쩍거려도 관심조차 두지 말자. ‘아무리 커뮤니티 운영자라도 쉬어야 한다고요!’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몸에게 휴식을 배려하면 마음도 조용히 피곤함을 유예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엇박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몸이 충분하게 충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계속 잠들어버린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마음이 이렇게 간청한다. 이럴 때는 그만 콘텐츠 제작 불능 상태에 빠진다. 재기가 도저히 불가능해질 것 같은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 같다. 물론,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저 마음의 바람이거나 신기루 같은 것일 뿐, 마음을 설득시키기 힘들다. 그런 팩트는 마음에게 아무런 경고도, 위로도 되지 않지만, 어쨌든 휘청거리는 마음을 달래 가며 콘텐츠 하나 만들어보자고 협상을 시도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단명이라는 말이 있듯,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저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에서 멀어질 수 없다. 그것이 비록 허상일지라도... 심술쟁이 같은 마음을 달래가며, 몸에겐 휴식 시간을 조금 더 보장하겠다며, 나름의 처우 방안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만 내놓으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고 멋쩍은 표정을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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