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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an 29. 2021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편 공개되는 일간 공심

1989년에 개봉한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처>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이목을 끌었어요. 주인공인 빌과 테드는 우연히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키아누 리브스의 데뷔작이라고 하죠? 알고 계셨나요?) 그들이 겪은 시간 여행의 매개체는 공교롭게도 요즘 거의 사라져 가고 있는 공중전화였어요. 


출처 : 네이버 영화


‘공중전화’, 요즘 길거리에서 보신 적이 있나요? 디지털 때문에 사라져 가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물건들 중의 하나죠. 공중전화에 얽힌 추억 하나씩 다 가지고 계시죠? 저는 공일오비의 ‘텅 빈 거리에서’가 생각나요.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이 가사가 특히 말이죠. 이렇게 어떤 물건은 한때 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추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시대도 바뀌고 세대도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어 가니까요.  애정의 대상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되는 거죠. 마치 89년도에는 절정이었지만 현재는 쓸모없는 취급을 당하는 공중전화처럼요. 


코로나가 일상을 초토화시킨지 1년이 지나고 있어요. 여러분 오늘을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아니 어떻게 버티고 계시나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을 비교하면서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과거로 정말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떤 매개체가 우리를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 줄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그럴 때마다 어떤 혁명적인 전환기를 꿈꿔요. ‘그래 드라마틱한 일이 언젠가 벌어질지도 몰라. 백신이든 치료제든 인류가 꼭 코로나에서 벗어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하지만 아무리 개인들이 노력해봤자, 엑설런트 어드벤처의 공중전화와 같은, 그러니까 삶을 과거로 환원되도록 돕는 물건은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죠? 그런 획기적인 물건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타나니까요.


코로나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산 지 1년이 넘었더군요. 이제는 마스크 없이 다니는 게 어색할 정도예요. 마스크 벗으면 못 알아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마스크는 우리에게 뉴노멀이 됐죠. 근데 이 마스크로 표현되는 일상이 아직도 낯설어요. 일단 숨 쉬는 일부터 곤란하죠. 코로나 이전보다 폐활량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면 과장일까요? 코로나 걸리지 않아도 마스크 때문에 심장병 걸릴 지경입니다. 얼굴도 낯설지만 소중한 심장도 낯설다고 하네요.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지만 이렇게 과거라는 시간에 머물고 싶기도 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요. 절대로 다시 과거를 만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다시 재현해내려고 애쓰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서 우리 웃으며 만날 수 있을까요? 카페 같은 곳에서요.


카페에 자주 들르는 편이었어요.(코로나 이후에는 못 가고 있지만…) 그곳에서는 커피 주문하는 사람들의 말소리, 머그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옆에 앉은 사람들의 말 섞는 소리, 창밖에서 바람이 서성거리는 소리, 후후 입김을 불어넣는 따뜻한 소리, 반가웠으나 현재는 안타까울 뿐인 소리들이 가득했죠. 하지만 카페는 그곳에 그대로 있어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모습으로요. 우리는 더 빨리 다른 지점, 즉 현재에서 또 다른 현재로 옮겨가고 있지만요.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 중에서도 특히 ‘현재’에 대해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의 현재는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우리와 가까이에 있는 거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이죠. 현재는 거품이래요. 그럼 과거는 뭐죠? 또 미래는 앞으로 부풀지도 모를 거품의 기대인가요? 


현재는 여러분이 어쩌면 카페에 앉아 마시고 있는 커피 잔 끝에 걸친 거품과 같아요. 거품은 지금 소담하게 끓고 있어요. 뜨거운 열기를 고요하 발산하며 말이죠. 그 열이란 것은 지금 이 순간에만 빛을 내다 어느 순간 증발 해갈뿐이에요. 과거에도 물론 존재하지 않았으며 미래에도 그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냉각될 테죠. 카페에서 겨우 1시간이라는 여유가 주어졌지만 저는 이렇게 과거와 미래를 엮는 연결자로서 끓는 중이에요. 이 끓음, 보글거림, 아쉽고 갈증스럽기만 한, 이 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죠. 공중전화도 없이요.


그래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과거는 과거 속에서만 살게 내버려 두어야겠죠. 과거는 오직 그리워하는 대상에 남겨 두자고요. 하지만, 빌과 테드의 낡은 공중전화처럼, 그곳으로 빠르게 인도해준다면 저는 그 무엇이라도 감당하겠어요. 상상이라도 하는 거예요. ‘코로나 이전으로 꼭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예전처럼 해외여행도 가능해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엑설런트 어드벤처라도 한 번 더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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