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원을 넣으면 나오는 약속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마침, 플랫폼 가장자리였어요

오백 원을 넣으면 믹스커피가 간헐적으로 나오는

자판기 옆 흔하디 흔한 비틀거리는 의자 부근이었죠

아마 분명 그랬을 거예요


그곳에는 눈물이 시치미를 뚝 떼고 고여 있었죠

노란 손수건으로 차분하게 길을 닦아냈어요

어디로 이어지는지 길은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었지만요

희미한 맥박이 숨을 짧게 쉬었고요


그곳에 늘 혼자 떠 있었어요

당신의 뒷주머니 속 동전지갑이든

주인 잃은 빈집 열쇠든 모두 각자 길을 잃고 달처럼 배회했죠

아니 가끔은 기다랗게 누워있기도 했어요

당신도 나도 바람에 흔들거리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우린 편안하게 날아갈 수 있을까요?


기다렸어요 당신만을

천 대의 열차가 찾아왔고 모두 다 보내줬어요

어느새 막차인 걸 깨달았을 때

손님을 잃은 회송 열차가 다가와 반갑게 말했어요

끝은 원래 어두운 거야,라고

빚은 갚지 않아도 돼,라고


보내줬어요 말없이

어둠이 온기를 휘감을 때쯤 말이에요

서럽다고 풍경이 미소를 남기더니 이내 날아갔죠

불은 꺼둔 채로요


늦어도 새벽은 성큼 날아오는 거겠죠?

저 어둠 끝에서 유성이 구름 속에서 벅차올라도

우리의 밤은 여전히 노을에 가려져 있겠지만요

눈부신 나날은 빛나는 만큼

아득한 공상 속에서 지워지겠지만요


기다리지 말아요

보내줄게요 그곳으로

약속은 건네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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