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 - 디노 부차티
짧은 평(《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디노 부차티, 현대문학)
어느 날 산에서 곰들의 왕인 레온치오의 어린 아들 '토니오'가 인간들에게 납치당한다. 하지만 레온치오는 당황한 나머지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왕국으로 도망쳐오곤, 아들이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거짓말까지 하고(책임을 추궁당할까 봐, 적당하게 얼버무린다.) 그 이유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휩쓸리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레온치오의 모험 아니 독자들의 모험의 여정이 시작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동화책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엔 작거나 큰 사건이 존재한다. 사건 없이는 이야기는 갈 곳이 없어진다. 소설 쓰기가 이렇게 간단하다. 사건, 사건이란 말이다. 그 사건을 찾지 못해서 우린 소설을 못 쓴다.(이런 안타까운...)
어쨌든 이 동화책의 시발점은 아들의 납치라는 크나큰, 아니 중차대한 사건이다. 아버지의 선택은, 아니 아버지의 역할은 아들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소설의 중요한 시작점, 여행, 즉 떠남이 발화한다. 아들이, 그것도 철없는 어린 아들이 인간에게 납치된 사건으로 불화라는 씨앗을 맺고 복수의 여정을 비료로 삼아 이야기를 줄기로 성장시키고, 곰과 인간은 대립관계가 되고 전쟁을 펼치게 되며 이야기는 열매와 꽃을 피우게 된다.
곰은 인간이 될 수 있지만 인간은 절대 곰이 될 수 없다. 플라톤의 동굴 속에 홀로 처박혀 그림자와 형이상학 놀이나 하며, 미련하게 마늘을 백일동안 처묵처묵 하자는 게 아니다. 동화책을 읽어 보니 곰은 그렇게 미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이 곰이었다.
어쩌면 진정한 인간성의 구현은 인간이 아닌 동물계, 말하자면 꿈동산에서나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전쟁을 선호하는 과격하며 호전적인 인간에게 진정한 인간성은 역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동화 마지막에서 곰은 인간(무한한 욕망)을 버리고 그들의 고향으로 떠난다. 과감하게 버리는 선택을 감행한 것이다. 나라면? 나라면 버릴 수 있을까? 이 은혜로운 자본의 혜택을, 자본주의의 번들번들한 기름기를 벗어버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동화책에 나오는 트롤이나 괴물 같은 과일 지도 모른다. 괴물이 뜻하지 않게 행운을 얻어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어른들에게는 권력과 욕망의 덧없음을 전하는 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차티가 쓴 이 동화책은 따라서 모두에게 이롭다. 우린 우리 나름의 수준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뭐, 읽고 나서 교훈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면, 음... 그것은 당신의 부족한 메타인지를 탓하도록 하자.
읽고 나서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던 슬픈 영화 《피노키오》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아, 기예르모 델토로의 이 영화도 추천. 《피노키오》에 대해서는 잊기 전에 따로 리뷰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종합 책식지수 : 4.8
책 속의 한 문장
당신은 심장도 없나요?
속죄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왜 놓치는 거지요?
이기적이기 때문에 선한 일을
하지 못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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