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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09. 2024

임시 노트에서 중요한 메모를 추출하는 법

3. 실전 : 아이디어 빠르게 기록하기

임시 노트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책 속의 문장을 입력하고, 이를 문헌 노트나 영구 노트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제텔카스텐의 핵심이다. 임시 노트는 마치 작은 씨앗처럼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언젠가 거대한 나무로 성장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씨앗이 어떤 과정을 거쳐 깊이 있는 지식으로 자라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그러니까, 잘 키워야 한다. 아니면 그냥 물방울처럼 공기 중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메모란 어쩌면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작은 조각들이다. 수천, 수만 개의 메모들 속에서 진정 중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연결해 더 나은 생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 무수한 생각의 조각들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을까?



첫째, 임시 메모 상태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메모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고를 때는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나의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아이디어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은하를 탐사하며 새로운 별들을 찾아내고, 그 별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연구하는 것처럼, 각 메모가 어떻게 다른 메모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우주에서 매 순간 별자리가 탄생하듯, 우리 머릿속에서도 새로운 사고의 별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무역 중심 항구도시인 코린토스'에 대한 메모가 있다고 하자.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코린토스가 어떻게 자원을 확보하고 번영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무역 거점의 변화가 도시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코린토스가 무역로의 통제권을 상실했을 때, 경제적 쇠퇴가 일어나고 결국 도시의 쇠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말고, 문화적 관점에서 좀 더 재미있게 접근해 보자. 코린토스의 번영은 다양한 문화와 지식의 교류를 촉진했다. 다양한 사상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철학적 탐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결국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코린토스 같은 항구도시의 경제적 번영은 단순한 물질적 부를 넘어서, 지적이고 문화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그야말로 무역의 흐름이 철학의 탄생을 촉진한 셈이다. 생각해 보면, 오늘날에도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가 위대한 철학적 아이디어의 씨앗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관점에서는 권력 구조의 변화나 계층 간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내부 권력 다툼이나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결속력이 약화되고, 이것이 문명의 쇠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예술과 종교의 변화를 통해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시대에 예술적 표현이 쇠퇴하거나 종교적 통제가 강화된 현상이 있었다면, 그것이 창의성을 억압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메모를 분석해 보면, 단순한 역사적 사건 이상의 깊이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둘째,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임시 노트를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공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통해 임시 노트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예를 들어, 사회학 전공자는 특정 메모가 인간 행동의 패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숲 전체의 생태계를 떠올리듯, 작은 메모에서 더 큰 의미를 조망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토목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인공지능에 대한 메모를 작성했다면, 그 메모를 도시 계획이나 인프라 개선과 같은 주제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을 적용하면 단순한 아이디어를 더 큰 지식의 체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 나의 경력과 경험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고유한 렌즈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독창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임시 노트를 노션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필터링하고 정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노션을 활용해 메모들을 태그로 구분하거나, 주제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정렬해 보자. 특정 주제에 맞는 메모를 필터링하거나, 작성한 시간에 따라 메모를 정렬하거나, AI에게 랜덤으로 연결할 메모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마치 도서관에서 특정 주제의 책을 찾아내기 위해 분류 체계를 활용하는 것처럼, 메모들을 잘 정리하면 아이디어의 흐름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학'이라는 태그가 붙은 임시 노트들을 필터링하여 이를 하나의 문헌 노트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필터링 된 메모들은 관련된 아이디어를 모아 주제의 흐름을 파악하게 해 주며, 이 흐름 속에서 영구 메모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노션의 필터링 기능을 잘 활용하면 필요한 정보들을 정돈하고 메모의 연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조'라는 태그로 메모를 정리하고, 그 메모들을 다시 '바우하우스'라는 추가 태그로 필터링함으로써 지식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 또, 시간 순서대로 메모를 정리하면 아이디어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정리된 메모들은 마치 잘 정돈된 서재처럼 언제든지 참고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넷째, 메모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치 퍼즐 조각들을 맞추는 것처럼, 각 메모가 하나의 큰 이야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부속 아이디어들을 연결해 보자. 예를 들어, '고대 문명'에 대한 메모가 있다면 이를 '지속 가능성'과 연결 지어 현대 사회와의 비교 분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이 생겨날 수 있으며, 메모의 가치는 단순한 정보의 조각에서 벗어나 하나의 지식 체계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과정은 마치 흩어진 이야깃거리를 모아 하나의 소설로 완성하는 것과 같다.



임시 노트의 선택과 발전은 끊임없는 반복과 실험의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메모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해석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메모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 어떻게 연마하느냐에 따라 보석이 될 수도 있고, 그냥 돌멩이로 남을 수도 있다. 그렇게 쌓아 올린 메모들은 단순한 임시적 생각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이 있는 지식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니 시간을 들여 메모들을 연결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 보자. 그렇게 하면 제텔카스텐은 진정한 지식의 창고가 되어 우리에게 끝없는 영감과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과연 이 무수한 메모들 속에서 나는 어떤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 답은 아직도 만들어가는 중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간다. 그러니 메모를 통해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조금씩 성장시켜 보자. 마치 작은 씨앗이 언젠가 울창한 숲을 이루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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