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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07. 2024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기록하기

3. 실전 : 아이디어 빠르게 기록하기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번쩍 떠오르더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꼬리를 흔들며 도망친다. 사라졌다 다시 짠~ 하고 나타나기는커녕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사멸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것은 우리의 모자란 기억 처리 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뇌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려고 필요한 것을 거른다. 그게 무엇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뇌세포와 시냅스들이 벌이는 공작이니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 세상에 내 의도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뇌조차도 내 앞길을 가로막는 기분이 들어서 불쾌하다. 어쨌든 아이디어든 생각이든, 정보가 될 거라고 판단한 것들은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 한 레벨 격상되어 단기 기억에 저장되고 나머지는 휘발되어 버리는 게 기억의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단기 기억이라는 게 참 심각한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환자 같다.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바로 기록하는 게 건강에 이롭다. 땅을 치고 머리를 쥐어짜며 후회하지 말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즉시 기록하면 걱정할 일은 없다. 문제는 제때에 기록할 수 없는 우리의 생활 여건이다. 기록하는 과정에 여러 프로세스들이 귀찮게 관여한다는 건 뇌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참 중요한 정보야’라고 신호 따위를 건네지 않으면 좀체 알아먹지 않으려는 못 돼먹은 뇌세포를 가르치기 위해 우리는 수고스럽지만 말로 한 번 더 되뇌고 필요하다면 노트와 펜을 들고 생각이 반복해서 지껄이는 내용을 흘리듯 받아 적어야 한다. 속기사라는 직업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데, 마치 내가 제대로 받아쓰기조차 못하는 퇴물 속기사 취급을 당하는 것만 같아 억울하다. 만약 맛있는 사탕을 입에 굴리듯이 머릿속에서 생각을 가만히 굴리고 있다면, 그 행위는 뇌를 지나치게 학대하는 일임을 명심하자. 뇌가 다른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어마 무시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외부의 장치에게 기억을 맡겨야 한다.


다행히 스마트폰이 존재하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즉시 기록하면 문제는 사라진다. 밥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심지어 잠잘 때도 스마트폰은 충직한 개처럼 옆에서 대기 중이다. 구글 킵이나 애플 노트(나는 아이폰만 쓴다!)를 꺼내놓고 기억이 영영 도살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입력하면 된다. 그러나 팔꿈치와 손가락 끝의 볼썽사나운 운동능력이 말썽을 일으킨다. 아니 손가락을 조종하는 뇌 회로 어딘가가 스마트폰의 광자와 교착 상태에 빠지려는 것이다. 온갖 귀찮은 프로세스들이 장벽이 되어 앞을, 아니 손가락의 거동을, 생각의 준동을, 시야의 흐름까지 틀어막는다. 나중으로, 훗날을 기약하며 모순된 자기 자신, 자만으로 똘똘 뭉친 게으른 자아와 타협의 연대를 결성하며 아이디어를 희생시키라고 다그친다. 그리고 냉정하게 망각의 강을 건너버린다.


눈을 감고 칸트나 데카르트는 어떻게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을까,라고 그들의 의식의 세계를 조망해 본다. 그들의 뇌의 형상을 내 것과 견주어 보아도 용적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들도 나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후회한다. 해맑게 망각하며 썩소를 짓는다. 그들의 기록 실패기를 뒤져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조차 역시 망각의 늪으로 깊이 가라앉는 중이니까.



며칠 전, 챗GPT-4o의 실시간 대화 기능이 추가됐다. 이제 딜레이 없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목소리와 살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단순히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국한할 게 아니라, 쉬지 않고 그러니까 목구멍에서 생각이 솟구쳐 오르는 대로 거침없이 토해낼 수 있고 그걸 바로바로 알아듣고 자동으로 기록까지 해준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래, 이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직관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다시 22달러를 결제하러 뛰어가야 할 것 같다. 새롭게 업데이트된 챗GPT-4o의 핵심을 생각을 좇는데 활용하려니 역시 돈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나는 그 기능을 시험한답시고 자정이 훨씬 넘은 야심한 시각에 녀석, 아니 그녀(?)를 조용히 불러 세웠다. 물론 돈이 없어서 회사 공유 계정을 몰래 이용했다. 그리고 팔꿈치든 손가락이든 약간의 까딱은 필요했지만, 그 요망한 AI의 기능을 시험해 보며 점점 사라져만 가는 인간다운 대화란 무엇인지 당장 확인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오랜 귀찮음을 눌러버렸다.


아하, 그렇다! 음성 메모다. 내 의식의 흐름이 달려간 곳은 음성 메모다. 요즘 나도 모르게 음성 메모를 즐겨 쓰고 있는 중이었다. 카카오톡 창이건, 캐럿 마켓에 올리는 판매 글이건 아이폰의 후진 타이핑 입력에서 슬슬 해방되는 중이었다. 입력 창에서 마이크 모양의 아이콘만 누르면 예술이 곧바로 펼쳐졌다. 발음에만 그다지 문제없으면 내가 낭독하는 대로 화면에 예의 글자들이 또박또박 입력됐으니까. 나는 AI 세력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있었다. 숨을 쉬건 안 쉬건, 그들은 마치 잠수함처럼 내 안방으로 잠행 중이었던 것이다.


내가 즐겨 쓰는 구글 킵에도 음성 메모 기능이 존재했다. 그런데 쌓인 메모가 너무 많아서 그럴까? 구글 킵이 차린 것 없는 밥상의 쓸쓸한 느낌처럼 그 단순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지만 그 단순함이 방대함에 굴복당하는 형세랄까. 실행해도 앱이 고개를 들 때까지 1분을 인내하라는 요구는 실로 너무나 버거웠던 것이다. 완벽하게 난장판이었다.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 천덕꾸러기 같은 구글 킵 앱의 만듦새, 앱스토어에는 불이라도 지를 듯한 유저들의 원성이 들끓었다. 그런데 OpenAI의 챗GPT-4o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은 멀티 모달이건, 뭐건 그 용어의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지만, 손이 자유롭지 않다는 내 불편함을 완벽히 해소시켜 준 것이었다. 존재감이란 존재감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 형체를 의식하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늘 도사리며 내 선택을 존중할 때 생긴다.



얼마 전에 아이폰 16이 출시됐다. 프로맥스 1테라 바이트 모델을 선택하면 250만 원이다. 집에 있는 내 데스크톱 컴퓨터보다 더 몇 배 비싼 가격이다. 난 4090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솔직히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걸 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떤 긍정적인 사고에 취하며, 비싼 만큼 소중한 내 아이디어를 더 단단히 불 들어 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뜰 수밖에 없다. 그게 인간의 욕망인데 어쩌랴. 어쩌면 아이폰처럼 스마트한 기기는 완벽하게 아날로그 노트를 대체할지도 모르겠다. 대체 250만 원짜리 완벽한 노트를 옆에 두고 3천 원짜리 노트에 500원짜리 연필로 아이디어를 끄적거릴 허접한 이유를 도통 찾지 못하겠다.


더 작지만 더 빨라졌다. 더 거대하지만 더 가벼워졌다. 게다가 아이폰은 내 몸에 더 밀착된 존재가 됐다. 음, 250만 원이라는 가격 때문이 아니다.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꽁꽁 묶어두려는 나의 의지, 솔직하게 발악이라도 해두자. 뭐 어떤 말로 나에게 비난을 쏟아부어도 괜찮다. 그깟 모자란 단기 기억을 보완하는 수단을 찾게 된 마당에, 돈 250만 원이 뭐가 아까우랴. 챗GPT-4o의 살뜰한 비서와 10밀리 세컨드 이내로 반응하는 앱들이라면, 뇌에게 가해졌던 ‘인지적 부하’를 이제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당신이 즐겨 쓰는 예쁜 다이어리와 5색 볼펜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말기를. 이건 전적으로 내 취향이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메모할 수 있게 됐다는 거냐고!


나의 결론

음성 메모를 적극 이용하자! 타이핑의 시대는 끝났다!

챗GPT-4o 실시간 대화, 아주 마음에 든다! 기록까지 자동으로 해준다. 게다가 무의식을 건드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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