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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22. 2016

노년의 삶을 대비한다.

<왜 생의 마지막에서야 제대로 사는 법을 깨닫게 될까?>를 읽고...

노년의 삶


내가 꿈꾸는 황혼의 모습은, 큰 병 없이 무탈하게 90살 언저리까지 살다가 한날한시에 아내와 함께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이다. 아무런 고통 없이, 내가 죽는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꿈꾸듯 고요히 죽는 것을 소망한다. 물론 그것은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중년 남자의 겸손하지 못한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의 삶을 바라보며, 편안하고 윤택하게 보낼 것이라 의심하지 않지만, 늙는다는 것은 우주의 섭리이고, 인간이 보유한 세포 역시 나이를 먹게 되면 병들 수밖에 없다. 세포의 마지막 변이 속에서 발생한 암(癌)이라는 최종 질병은 노년에 가까이해야 할 분신과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나는 베이비붐 세대이다. 내가 은퇴하는 시기가 되면, 노인들은 파고다공원뿐만 아니라, 병원, 요양원 등 노인 시설에 바글바글 들끓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넘쳐나는 노인들의 현실을 상상하기에, 나는 아직 젊고 창창하며, 젊은 사람들에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여전히 회사에서는 불꽃이 튈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가열하게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으며, 일선에서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들에 늘 발 벗고 나설 수 있어서 기쁘다. 



나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에서 자유를 느끼며,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든든한 직장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에서 살아있다는 행복감을 느낀다. 직장이 생존이라는 문제로 우리를 고정된 틀에 가두며, 호락호락하지 않고 늘 동분서주해야 하는 치열한 삶을 살아갈 것을 요구하지만, 그 열띤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내가 해야 할 역할들, 나의 자리에 대해서 늘 고민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 어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인가 여전히 이런저런 궁리를 안고 황혼의 삶을 잠시 들여다본다.




<왜 생의 마지막에서야 제대로 사는 법을 깨닫게 될까?>


출판사에서 책 한 권에 대한 리뷰를 요청받았다. 이전에 리뷰 했던 <중년의 배신>과 <백년을 살아보니>와 어떤 내용으로 연결고리가 닿았던 것일까? 요즘 들어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한 책들을 읽어볼 기회가 자주 생기고 있다. 내가 중년의 나이로 진입한 탓일까? 나의 관심이 중년 이후와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것으로 쏠렸기 때문일까? <왜 생의 마지막에서야 제대로 사는 법을 깨닫게 될까?>의 저자인 '찰스 E. 도젠'은 오랫동안 심리 상담 전문가로서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단순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간증 중심의 심리/철학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내 생각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 요양원에서 만난 다양한 노인들의 삶을 다루고 있으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인간의 절박한 심정과 삶과 죽음에 관한 내면의 복잡한 심리들을 다루고 있었다. 저자는 다양한 임상 사례와 심리 치료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요양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심리 상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갖은 병마에 시달린 노인들의 심리 치료에 관한 실제 일화를 다루고 있다. 죽음에 가까운 처지로 내몰린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연명치료를 통해서 삶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노년에게도 희망은 있을까? 그들은 때로 자식들에게 버림받았으며, 중증의 질환으로 하루하루를 제대로 버티기 힘들 정도로, 사회의 안전장치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가족의 요청으로 요양원으로 끌려오기도 했고, 가정에서 버틸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요양원을 강제적으로 선택하기도 한 사람들이었다.


요양원에서의 삶


요양원은 심리적으로, 의학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다. 하지만 폐쇄적인 공간의 속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요양원은 인간이 생각하는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하루에 주어진 일과들은 규칙적이었으나 획일적이었고, 집단 속에서 살아가려면 일종의 규율 같은 것들을 지켜야 했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다른 노인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필요했고, 돌봄 서비스 제공자들과의 인간적 교류도 필수인, 또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도 했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대개 중증의 환자들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과 너무나 가까이 벗하며 지내고 있는 희망이 없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늘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며, 가족들이 자신을 버린 것,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여 뜻하지 않은 괴로움을 겪은 사실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들 앞에서 죽음은 언제나 침대 바로 옆에서 침묵으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철학적인 질문들을 놓지 않기도 했다. 저자는 노인들에게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들을 발견한다. 모든 힘이 사라지고 기력이 쇠퇴한 노인들이었지만, 그들도 사람이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누군가 들어주길 원했다. 저자는 심리 상담 치료사로서 그들과 항상 가까이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책에는 저자의 심리 치료사로서의 세세한 경험들이, 노인들과 나눈 인생의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들은 늘 이야기한다. 자신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고, 병이 안겨주는 고통에 견딜 자신이 없다며,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내면의 깊은 괴로움을 이야기한다. 괴로움이 두려워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며, 우울증에서 허우적대며 희망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고통에 대한 감정적 반응인 괴로움은 고통과는 별개로 선택이 가능하다. P.16"-고 이야기하며 노인들의 괴로움을 이해했다. 노인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고 있었으며, 때론 어린아이처럼 도움을 받을 것을 원했다.


비록 그들이 요양원으로 내몰린 채, 삶의 마지막 순간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존재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들도 사람으로서 살아갈 기본적인 욕구마저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기본적인 의식주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했다. 단지 겉모습이 비루해지고 병마 때문에 기력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들도 젊은 사람과 똑같이 대접받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지금은 요양원에서 머물러있지만, 언젠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획일적인 공간에서 버틸 수 있었다.
 


일상에서 자유로워진 60대는 생산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P.52


일에서 자유로워지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배운 것,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 질 것이다. 60대 이후, 너그러워진 노년은 자신의 경험들을 젊은 세대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욕구가 강렬해진다고 한다. 나는 벌써부터 노하우를 나눠주고 싶은데, 나는 벌써 늙은 것일까?



당신이 달라지려는 건 떠난 사람에게만 몰두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삶을 돌보며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것이 아니라고 P.66


장수하고 싶은가? 작은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바꾸지 못하는 습관은 늙어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누구나 품위 있게 늙는 것이 아니다. 품위 있게 늙을 수 있는 준비가 된 자만이 그렇게 될 수 있다.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상태로 늙음을 맞이한다. 품위 있게 늙지 못한 사람은 추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이가 벼슬은 아니다. 
 




노인들은 신체적으로 약하고 감각기능도 떨어져서 스스로 약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과 관련된 침입이나 공격을 과장되게 인식한다. P.90


자신이 약자라고 판단하는 순간, 노인들은 사람들의 말투와 행위 속에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하며, 관계 속에서 의기소침한 상태로 자신의 위치를 해석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괴감에 쉽게 빠진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착각을 하게 된다.


용서는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효과가 있다. 용서하는 사람은 건강 문제와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기분 상태도 나아지고자신감이 생기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며, 인간관계도 개선된다. P.138


여유를 가져야 한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금전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다. 사회의 안전한 망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결국 젊었을 때, 내실 있게 준비한 현재를 반영한다.


시대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황금률이 있다. 바로 행복과 감사, 존중을 표현하면 결국 그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P.173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늙었다고 해서 내가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를 받는 것은 당영한 권리가 아니다. 젊은 사람의 호의적인 배려는 받을 수 있지만, 배려를 권리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시선


노년의 삶을 생각한다. 평화롭게 늙어갈 수 있는 황혼을 꿈꾼다. 사랑하는 내 아내와 맞이하는 노년의 삶이, 비참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미래를 위한 삶을 지금도 투자하고 있다. 열심히 저축하며 미래에 닥칠 온갖 질병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으며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취미거리들을 찾는다. 내가 늙었다고 해서, 모든 권리에 대한 무임승차를 원하지 않는다. 나 혼자의 힘으로 당당하게 펼쳐갈 미래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노인들, 특히 요양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노년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자신이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일이 나와는 상관없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 사실이 비록 미미한 확률일지라도, 나에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면밀한 인생의 설계를 요구한다. 내 마지막 노년의 삶이 요양원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으며, 객관적으로 리뷰를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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