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다 : 시인의

삶이란 숙제가 내 앞에 있다.

많은 시간을 직장에 적립했다.
내가 쏟아부었던 양적인 노력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으면 좋겠지만
어떤 일도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더라.

불가능이라 여겼던 일들과 사투한 밤들이 여전히 이어졌고
그것은 내가 감수해야 하는 숙제이자 운명이었다.
그 끈적한 연을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주어져있다는 것도 안다.
그것은 그저 순리란 말인가.
역행할 수는 없을까.

바닥부터 시작해서 끝없이 오르고 올라서 결국 정복해내는
아무도 맡아보지 못했던 지구 상에 오직 한 공간에만 존재하는
그런 상쾌한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기쁨이 나에게도 가능할까.

어젯밤도 자정을 넘기며 새벽 공기가 전하는 싸늘한 기운과
사무실의 후터분한 공기 사이에서 나는 신음을 토해냈고
쓰러질 듯 아슬아슬했지만 정신력에 의지하며 버티는 삶을 살았다.

오늘도 책임은 묵직하고
어깨는 부서질 듯 아프지만 멈출 수 없어서
나의 태엽은 돌아간다.





삶이란
절정에 달했던 순간이 점차 상실됨에 따라
슬픔의 기억조차 메말라버리는 것
분노에 관대하여 쉽게 미지근해지는 것
울음이 터져도 웃으면서 가야 하는 무거운 여행

생존의 본능은 새벽을 뚫고 날아가
당신의 심장에 생채기를 남긴다.
지름길로 돌아가도
우린 한 점에서 만나게 되니
거역하고 싶어도
싸늘한 처사의 손길을 피할 수 없다.

풀기 어려운 숙제를 한 아름 받아든 나는
상처를 간신히 봉합한 채
닿지 않는 누군가의 거리를 따라간다.
삶이란 숙제가 내 앞에 있다.




시(詩)라는 것은 나에게 숙제다.
생각이 던지는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다.
시국(時局)이 시시콜콜하고 시답지 않아서
시흥(詩興)에 시비(是非)만 걸다
시라는 것이 시시해지기도 했다.
내면에 시비(是非)만 거는 것 같아서 시작만 하다
시상(詩想)이 시들어 일도 있었다.

시(詩)라는 것은 흘러가는 삶인가 보다.
겨우 넘겼다고 안심했다가 울컥 토해내는 것처럼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쁜 숨을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시는 새벽에서 출발해서
내 방으로 때로는 야심한 자정에 끝난다.




김동률의 고독한 항해

……
거센 바람이 버거워도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그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단 믿음으로
……

https://www.youtube.com/watch?v=KsjbFQhM2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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