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22. 2019

걷는 길마다 봄은 완연했다

토이 - 다시 시작하기

퇴사를 앞두고 내 인생은 이제야말로 새봄을 맞이하는 걸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계절은 차분하게 옷을 갈아입는데, 내 삶은 언제쯤 연두색 봄을 맞이하려나. 선택은 희망이 가득한 봄을 선물하기도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처럼 짧은 순간의 회한을 남기기도.


걷는 길마다 봄은 완연했다. 제철을 지난 벚꽃이 나뭇가지에 더러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던 눈꽃이 시야를 하얗게 채웠지만, 아름다우면서도 눈부시게 하얀 그 풍경이 서럽기만 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에 서 있던 나는 봄과 화합하지 못했다.


무엇을 해야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추상적인 말이다. 이번 생을 마치려는 계절과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떠나려는 나그네에게 말을 걸어 무엇하리. 시간은 늘 무심한 존재가 아닌가. 내 인생은 만개를 시작하려는 걸까. 그래, 피운 적도 없었지. 복잡한 생각이 교차하는 밤. 시나 한 수 쓰면 적당하련만......


길을 지나다 누군가 어깨를 툭 밀쳤다. 짧은 한숨이 허공에서 잠시 살다 졌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었다가 급속하게 현실로 돌아가고 만 것이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바삐 서성대는 사람,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 우린 모두 희망이 있어야 사는 존재가 아닌가.


꿈을 계속 꿀 수 있기 바란다. 꿈이 무참히 깨지더라도 다시 품으면 그만이니까. 가지지 못해도, 꿈만 가득했던 지난날처럼 좌절이 내 꿈을 막지 못할 테니까. 나에겐 여전히 자유가 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꿈 몇 조각이 남았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xsKJk_2pATQ

매거진의 이전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