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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1. 2019

백수의 아무말 대잔치

다시 찾아온 월요병

공식적인 퇴사를 경험한 이후, 거의 한 달을 내 마음대로 살았다. 글 쓰다 새벽 3시에 잠들고, 아이디어를 짜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다 지겨워지면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무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하며 말이다. 초기 이틀을 빼놓고 그리 좋아하는 글을 실컷 못썼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글쓰기 모임은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오프에서는 몇몇 사람을 처음 만났고 책 쓰기 특강에서는 우스갯소리도 지껄였다. 가끔은 퇴사한 직장에서 요구한 옛일에 발 벗고 나서기까지 했다. 어쩌면 나는 심장이 안팎으로 진동하는 일들로 한 달을 꽉 채운 셈이다. 


욕심 때문에 몇 달 전에 시작한 몇 가지 모임은 실패로 끝날 듯하다. 사람을 모으는데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꾸준한 소통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만족과 보람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바람이라는 걸 배우기도 했다. 혼자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무리였다. 나에게도 정리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패에 투입된 명세서를 보니 손바닥이 따끔따끔하다. 퇴사 후, 첫 번째로 손에 든 것이 월급 명세서가 아닌 실패 명세서라니 손이 베일 듯하다.


하기 싫은 일, 즉 회사에 묶인 일은 그곳에 내팽개쳐두고 왔으니 다행인 걸까. 하지만 하고 싶은 일만으론 돈이 안된다는 게 문제다. 잠시 헛된 생각을 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갈까? 누가 받아주기나 한대?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밤이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새벽 3시다. 아직 내 방은 밝다.


전 직장에서 집까지 약 10킬로미터 떨어졌다. 멀어진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지면 좋으련만 이메일과 메신저 덕분에 나는 아직 메어있는 기분이 든다. 자유를 회복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일까? 


월, 수, 금 거래처로 출근을 하기로 했다. 다시 월요병이 시작된 것이다. 얼마 동안,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나는 걱정을 옆에 앉혀 두고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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