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치유를 얻다.
인간관계
작년에 나와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인한 작은 사건이 있었고, 사건의 소요가 일단락된, 그 이후부터 나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자격지심과 피해의식' 그리고 그것과 연관시켜 나아가 다른 '사람 간의 관계'와 '개인 심리'에 관련된 문제점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그 사람도 적의가 없었고 나 역시 그러했다. 서로를 잘 이해 한다고 생각한 것은 전적으로 서로를 알고 있다는 작은 자만과 오해에서 기인되었다. 특히 여행지라는 낯선 곳에서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그 사람의 허술한 모습들이 나에게 너무 생경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서운한 마음, 잔인한 말, 보기 싫은 모습, 그리고 해묵은 질투, 그런 것들은 여행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나와 내 주변을 번잡하게 만드는,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단편적인 문제들은 아니었다.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심리학 또는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요인이 되었고, 인간관계에 기초한 '아들러'와 '프로이트', '융' 등의 심리학자의 이론을 내 삶과 비교하여 내가 무심히 지나쳤던 시간들을 되짚어 보고 나의 분노와 상처를 부풀게 했던 시간들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게 되었다.
예전에도 관심이 있는 분야이긴 했지만, 당시에는 이론적인 부분을 지식으로 채우겠다는 욕망만 차 있었지 실제로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성찰하고 이해하겠다는 '현실적인 의지'는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나이를 먹고 많은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 놓이게 되다 보니, 사람 간의 관계 측면에서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만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살피고 진실된 관계를 맺으려면, 본질적으로 나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상대방이 마음을 열려면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나는 준비되지 못한 사람이 아니었나 반성을 했다. 나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가벼운 농담도 나에겐 상처가 되고 말았다. 마음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연히 말로만 떠들었지, 마음속에 자격지심이 가득한 나에겐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준비가 되지는 못했다.
다시 접한 굿 윌 헌팅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여러 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에 관련된 도서나 영화를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위로받고 있고, 내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얻었다는 것이다. - 책 들중에서는 '김형경'의 <사람 풍경> 이 그러했다. - 그중에서도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영화 '굿 윌 헌팅'(1997)은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그동안의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간의 관계에서 항상 내 잘못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렸던 자격지심과 내가 기피하려고 하거나 내가 두려워하려고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게 해주었다.
우연히도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서 영화 '굿 윌 헌팅'에 대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개봉 당시에 아카데미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는 얘기를 듣고 DVD를 구하여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참 지루하고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조금 보다가 꺼버린 기억만 있다. 아마도 당시 내가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영화를 무심결에 거부하게 된 목적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의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제 나의 인생 영화가 되어버린 사실은 참 묘하기까지 하다. 왠지 오래된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과거속의 앳된 나의 존재와 대화하는 따스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절친인 '벤 애플랙'과 '멧 데이먼'이 대학생 시절에 둘이서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고 한다. - 멋있는 녀석들 - '굿 윌 헌팅'이 이 둘의 실질적인 데뷔작이라고 봐야 하는데, 숀 맥과이어 교수 역할을 한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암스'를 참여시킨 건 이들의 신의 한 수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로빈 윌리암스는 이 영화를 통하여 인연이 없었던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남우 조연상 수상소감은 이러했다. "제가 독일에서 유명해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 독일에서 그의 목소리를 더빙했던 피어 아구스틴 스키에게 수상의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34살의 나이에 일찍 세상을 뜬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도 함께 할 수 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원래 2명을 사고로 죽게 하려고 하고 촬영까지 했다가 둘의 적극적인 만류로 인하여 취소했다고도 한다. 만약 이 둘이 죽었다면 지금의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
그의 생애 처음으로 인생의 등대를 만난다! | 두 남자가 열어가는 감동의 세상
윌 헌팅(Will Hunting: 매트 데이몬 분)은 20년을 살아오면서 누구의 간섭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한 그도 결코 우습게 상대하지 못할 인생의 스승을 만나게 된다. 보스턴 남쪽의 빈민 거주지역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 계층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윌은 비천한 일을 살며 산다. 윌은 MIT 공대에서 교실 바닥 청소 일을 할 때 말곤 대학교 정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어려운 문제들을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풀어버린다. 그러나 그토록 머리가 비상한 윌도 어쩌지 못 하는 게 한 가지 있다. 폭행죄로 재판을 받게 된 윌은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윌의 유일한 희망은 심리한 교수인 숀 맥과이어(Sean McGuire: 로빈 윌리암스)이다. 숀은 윌이 가진 내면의 아픔에 깊은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서 윌에게 인생과 투쟁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너의 잘못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한 자격지심으로 가득한 윌의 마음속을 어느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오직 단 한 명의 숀 교수만이 그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 '윌', 자기 때문에 결국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떠나갈 것이라 생각하여 먼저 상처 주는 험한 말들을 통해서 모든 사랑하는 사람과 등지려 했던 윌 이었다.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 윌의 문제였는데, 그것은 윌의 잘못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숀 교수가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저도 알아요"라고 윌이 대답하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계속적으로 죄책감이나 자격지심을 버리지 못한 윌이었다. 그러나 숀 교수는 계속해서 "너의 잘못이 아니라"라고 반복한다. 윌은 자신을 부여잡지 못한다. 스스로를 자격지심과 상처의 세계로 깊숙히 가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를 꺼내줄 수 있었을까? 그 음울한 세계속에서...
It's not your fault!
결국은 마음의 문을 연, 윌...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중 하나이다.
영화 초반에는 천재 수학자라는 흥밋거리를 등장시키고 있지만, 모든 것은 억지 감동이 아닌 실제로 상처받은 세계 속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얘기를 풀어낼 적절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개인적인 나의 성장 환경과 유사하다는 것도 이영화가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음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숀 교수처럼 누군가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내가 더 힘을 내서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윌이 숀에게 아내에 관한 상처를 주고 난 후 공원 장면에서의 대사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대겠지. 미켈란젤로? 그에 대해 잘 알 거야. 그의 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취향도 알지?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모를 거야.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정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난 봤어.
또 여자에 관해 물으면 네 타입의 여자들에 관해 장황하게 늘어놓겠지. 몇 번 자 보기는 했을지 몰라도. 하지만 여자 옆에서 눈뜨며 느끼는 행복이 뭔지는 모를 거야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셰익스피어를 들먹이겠지? '다시 한 번 돌진하세 친구들이여!' 하지만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도움의 눈빛으로 널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 건지
사랑에 관해 물으면 멋진 시를 읊겠지만, 한 여인의 완전한 포로가 되어 본 적은 없을 거야. 신께서 너만을 위해 보내 주신 천사로 착각하게 되지. 절망의 늪에 서 널 구해 줄 천사. 또한 한 여인의 천사가 되어 영원히 사랑을 주는 법도 몰라. 무슨 일이든... 심지어 암도 이겨 내며...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땐 의사들이 면회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너는 상실감을 몰라. 너 자신보다 타인을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누굴 그렇게 사랑한 적이 없을 거야.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 보여
하지만 넌 천재야. 누구도 부정 못해. 자네의 깊이를 이해할 사람은 없지. 그런데 그림 한 장 달랑 보곤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이 내 아픈 삶을 난도질했어.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애인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 보면 다 알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어? 솔직히 그 따위 난 알 바 없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것도 없지. 책 따위에서 뭐라 든 필요 없어. 우선 너에 대해서 말해야 돼. 네가 누군지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 주마.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할지 겁나니까. 네가 선택해, 윌."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려면 내 안의 자격지심과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그래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과거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재의 오만과 편견, 반항심으로 가득 찬 윌의 모습을 아들러의 목적론으로 해석한다면, 그렇게 반항심 가득하고 오만한 청년이 되기 위함이 그의 목적이고, 그의 현실과 잘 어울리는 벽돌공 친구들은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잘난 친구들이 아니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인간은 모든 상처와 장애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아들러의 이론을 증명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9점.. (나의 인생 영화 반열에 오르다.)
Elliott Smith - Miss Misery
To vanish into oblivion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건
Is easy to do
사실 쉬운 일이고
And I try to be but you know me
나도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넌 날 잘 알지
I come back when you want me to
네가 원할 때, 나는 돌아오리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