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마음만큼이나 손이 참 따뜻하다. 그래서 두툼한 그 손을 잡고 있으면 기분이 포근하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딱딱하게 굳었다. 대학생 때 너무 배가 불편해서 위내시경을 받아보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위 안쪽은 매우 깨끗하나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위가 딱딱해지면 음식을 먹어도 소화도 안 되고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워 배를 문질러줘야 한다. 그냥 문지르는 게 아니라 꾸욱 꾸욱 눌러 뭉친 배를 풀어준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침대에 엎드린 채 배 밑에 손을 세워 잔뜩 뻣뻣해진 배를 눌렀다.
요즘도 뭔가 신경을 쓰는 날이면 어김없이 위가 딱딱하게 굳는다. 악몽이라도 꾼 날이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위가 아프다. 그러면 남편에게 배 마사지를 부탁한다.
“여보, 나 배 마사지 좀 해줘!!!”
내가 바닥에 드러누워 배 마사지를 부탁하면 남편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와 배를 꾹꾹 눌러준다.
“나 배 너무 딱딱하지?”
“응, 오늘은 좀 심하네.”
남편은 눈을 감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손 끝에 집중해서 마사지를 해준다. 한참 지나면 위가 조금 말랑해지며 숨쉬기도 수월하다. 정성이 가득한 그 손길이 정말 고맙다.
“나, 어릴 때도 배가 자주 아팠거든. 그래서 엄마한테 배 만져달라고 자주 얘기했는데 엄마는 이걸 안 해줬다.”
“그랬구나. 이제 내가 해줄게!!”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배를 문질러 달라고 하면 엄마는 좀 귀찮아하셨다.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 엄마는 정말 바쁘셨고, 해야 할 일이 쌓였는데 매일매일 배를 들이미는 딸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못내 서운했다. 아픈 배를 쓰다듬어주는 엄마의 손길이 그리웠나 보다.
임신했을 때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지 다리가 종종 부었다. 남편은 매일 저녁 발바닥과 종아리를 주물러주었다.
과로로 어깨가 뭉친 날도, 남편 코 앞에 어깨를 들이대며 주물러달라 부탁하면 정성껏 안마해준다.
머리가 아픈 날엔 머리도 꼭꼭 눌러준다.
남편 손은 약손이다.
아픈 몸은 물론 마음도 치유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