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식습관
지난 글에서는 남편 칭찬을 어마어마하게 했으니, 이번 글에선 남편 흉을 좀 봐야겠다.
남편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백번을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섭섭하고 화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12년 봄, 첫 아이가 태어나 7개월가량 되었을 무렵이다. 한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라 남편의 모교 교정에 벚꽃 구경을 가기로 했다. 마침 그 근처에 살던 시동생을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꽃구경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그 집, 초밥이 정말 맛있거든? 도시락으로 포장해서 잔디밭에 앉아서 먹자!”
남편은 학교 다닐 때 자주 가던 일식집의 초밥이 정말 맛있다며, 여기까지 왔으니 꼭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맛있나 궁금했다.
도시락을 포장해서 적당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편과 시동생은 초밥을 펼치고 먹기 시작했다. 나도 맛이 궁금했지만, 배고파하는 아기에게 이유식을 먼저 먹이고 나서 먹기로 했다.
그러나 잔디밭에서 아이를 무릎에 안고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낑낑대며 간신히 다 먹이고, 이제 나도 초밥을 좀 먹어볼까 싶어 젓가락을 드는데, 어라? 초밥이 없다.
‘뭐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초밥 어딨어? 설마 둘이서 다 먹은 거야? 나 아직 하나도 안 먹었는데?”
“정말? 왜 안 먹었어?”
“왜 안 먹긴! 애기 밥 먹이는 것 못 봤어? 어쩜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을 수가 있어?”
“어, 미안해. 얼른 가서 다시 포장해 올게.”
“됐어, 안 먹어! 사람이 어쩜 그럴 수가 있어? 앞사람이 먹는지 안 먹는지도 모르고 자기만 다 먹으면 그만이야? 진짜 실망이야!”
하아,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일인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또 화가 나려 한다.
당시에도 눈물이 날 만큼 섭섭했다. 뭐, 다시 포장해다 먹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빈정이 상해 먹고 싶지 않았다. 기분 좋게 소풍 나와서 그 맛있다는 초밥 하나 맛보지 못한 것도 화가 나고, 그 맛있다는 음식을 자기들끼리 배불리 먹은 두 형제도 정말 얄미웠다. 무엇보다 배려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이 가장 컸다.
남편 말로는, 한참 잘 먹던 청소년기부터 두 형제가 먹을거로 경쟁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 먹는 거 신경 못 쓰고 자기 먹기 바빴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진짜 그 말도 듣기 싫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인이 아기 밥 먹이느라 못 먹고 있으면 자기 두 개 먹을 동안 내 입에 하나씩은 넣어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분이 가라앉지 않아 얼마 뒤 집에 오신 시어머니께도 농담인 척 말씀드렸다. 며느리가 본인 아들 흉을 보는 것이 듣기 좋지 않으셨겠지만, 어머님은 남편에게 눈을 흘기며 “아이고, 당연히 화나지. 나였어도 열 받았겠다. 어쩜 먹을 걸로 그러냐?” 하며 아들을 야단치셨다. ㅎㅎㅎ 좋았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들이 몇 번 있었다.
보통 우리는 밑반찬 없이 끼니마다 다양한 재료를 넣은 메인 요리 하나씩을 해서 먹는다. 그런데 커다란 접시에 메인 요리를 담아 남편과 함께 먹다 보면 늘 내 몫이 모자랐다. 남편은 빨리 먹고 나는 천천히 먹는 편인데,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같이 먹다 보니 마지막엔 내가 먹을 게 없는 거다.
몇 번 당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메인 요리도 개인 접시에 따로 담아 먹기 시작한 뒤로 식사시간이 아주 평화롭다.
그래도 이제 10년쯤 지나니 상대가 잘 먹고 있나 확인도 한다. 다행이다. ㅎㅎ
하아, 그나저나 여전히 그 집 초밥 맛이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