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식습관
신혼 초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부부는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국을 한 술 맛보신 아버님께서 조용히 일어나 주방으로 가셔서 소금을 들고 오시더니 국에 조금 넣어 휘휘 저어 드셨다.
“좀 싱거워요?”
“아, 응 허허허! 소금 넣으니 괜찮아”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식사가 이어졌다.
오잉!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 집이었다면 아마도 아빠가 “에이, 국이 왜 이리 싱거워, 소금 좀 줘!"하시고 엄마가 민망한 듯 소금을 들고 오셨을 것이다. (아빠 죄송!! ㅎㅎ)
시댁을 나오며 호들갑스레 물었다.
"우와! 여보, 아버님은 원래 그러셔?"
"응? 뭐가?"
"국 싱겁다고 소금 넣어 드신 거 말이야. 싱겁다 짜다 말씀 없이 그냥 조용히 소금 가져오셨잖아. 원래도 그러시냐고!"
"글쎄, 원래 그러셨던 것 같은데?"
남편은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었다는 듯 기억을 곱씹어 대답했다.
"여보, 우리 집 생각해 봐. 우리 아빠는 안 그러시잖아. 아마 우리 아빠였으면 싱겁다고 뭐라 하셨을걸? 아버님 정말 좋으시다!!!"
"그런가?"
"원래도 그렇게 음식에 대해 뭐라 말씀 안 하셔?"
"응, 그냥 드셔."
"오. 그렇구나. 좋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가? 생각해보니 우리 남편도 마찬가지다. 주로 평일에는 내가 요리를 하는데, 식탁 위 음식에 대해 평가하거나 불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결혼하기 전에도 혼자 살았던 나는 식사를 스스로 준비해 먹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제대로 된 밥을 해 먹지 않았다. 토마토와 양배추를 살짝 익혀 먹거나 고구마를 먹는 것이 간단하고 좋았다. 혼자 살아도 정말 잘 차려먹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그냥 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요리를 할 때 소금 간을 하지 않고 식용유 사용도 최소화했었다.
결혼 초기에도 요리를 할 때 한 동안 소금 간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음식을 맛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대체로 그냥 먹었고, 도저히 못 참을 때는 스스로 소금을 뿌려 먹었다. 메뉴도 주로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위주로 상을 차리는데, 남편이 뭔가가 정말 먹고 싶다 싶으면 퇴근길에 슬쩍 사 온다.
나의 요리 솜씨가 평균을 약간 밑도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고마운 성격이다. 스스로 해 먹을지언정 결코 반찬투정 안 하는 남편이다.
일요일엔 주로 남편이 식사 준비를 한다. 남편은 나와 반대로 요리를 할 때 기름이나 버터를 풍부하게 사용한다. 같은 계란후라이를 해도 맛이 다르고, 볶음밥을 하면 밥에서 기름이 흘러나올 것 같다. 초반에 이러쿵 저렇쿵 잔소리를 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감사히 먹는다. 남편에게 배운 좋은 태도 중 하나다.
덧붙이기.
남편은 도저히 못 먹겠다 싶은 음식이 있으면 아무 말 없이 그냥 남긴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