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을 선택하는 과정은 나를 점점 깊은 어둠 속으로 끌어들였다. 밤잠을 설치며 아빠의 미래를 걱정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렸다. 눈을 감으면 아빠가 휠체어에 앉아 외로워하는 모습이 아른거렸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더 잘해드릴 수 있었는데..."
"아빠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었을까?"
"분명 아빠는 건강했었는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빠를 더 좋은 환경에서 모시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과연 내가 내린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밤낮없이 아빠의 상황에 대한 걱정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늘 취소했고, 가족들과의 대화도 줄어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정작 혼자 있으면 더욱 외로움을 느꼈다.
회사에서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흥미를 잃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퇴근 후에는 집에 틀어박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나는 무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끊임없이 자책했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더 노력했더라면 아빠의 병을 예방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나는 스스로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무능한 걸까? 왜 아빠를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고 능력도 없어서 제대로 모시지도 못할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처럼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져 간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졌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친구들은 내가 힘든 상황인 것을 알고 위로해주려고 했지만, 나는 그들의 걱정이 부담스러웠다. 마냥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내 안의 어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더욱 복잡했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의지하고 싶었지만, 매일매일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말수는 줄어들었고 잦은 다툼과 오해는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이 상황을 만들었다는 또 하나의 죄책감으로 나는 그를 밀어내었다.
아빠가 간암수술을 하시고 요양병원, 요양원에 가셔서 생활하게 된 6개월 동안 나는 깊은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