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맹현 Feb 19. 2021

10.   실속 있는 가출


불을 끄고 잠이 들 때까지의 시간은 우리에게 참 소중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과 느꼈던 것들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돌아보고 수다를 나누면서 마지막 에너지를 불태우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자두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일이 많아 피곤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아기자두가 자두의 오른팔을 주물러줍니다. 이에 질세라 아기호두도 자두의 왼팔을 주무릅니다.

매일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엄마라 이런 서비스를 받나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이 에너지 받아 내일도 거뜬히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을 겁니다.


자두 : 아, 시원하다. 얘들아, 나 몸이 풀리는 것 같아.

아기호두 : 몸이 풀려? 몸을 잘 풀려면 체조를 해야 해.


아기호두는 불을 켜더니 달밤의 체조를 시작합니다. 아기자두도 어린이집에서 하는 체조를 보여주며 자두에게 따라 하라고 합니다.  자두는 나른한 몸을 일으켜 몇 가지 동작을 성실히 따라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불을 끕니다.   

아기호두는 체조 덕에 에너지가 차올랐는지 잘 생각은 않고 조잘대기 시작합니다.  


아기자두 : 시끄러워. 조용히 해.

아기호두 : (상관없이) 조잘조잘조잘.

아기자두 : 나 졸려워. 시끄럽다고!

아기호두 : 조잘조잘조잘.

아기자두 : !!!! 자꾸 시끄럽게 하면   나간다!


아기자두는 오빠에게 단단히 엄포를 놓습니다. 이 정도면 자두가 달랠 차례입니다.


자두 : 우리 아기자두, 가긴 어디 간다고 그래? 엄마랑 집에 있자.

아기자두 : 준비물 다 챙겨서 나갈 거야.

아기호두 : (개의치 않고) 조잘조잘.

아기자두 : 엄마 끌고.

아기호두 : 으악! 안 돼!


이제야 조용해지는 아기호두입니다.




집을 나간다는 말은 또 어디서 배웠나 했는데
엄마까지 끌고 간다니,

그 가출 참 실속 있다.


이전 10화 9. 말의 느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