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경칩이다.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개구리도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이다.
긴 겨울을 지나오며
나 역시 그렇게 웅크리고 있었던 것 같다.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끝이 보이지 않던 날들을 버텨왔다.
나태주 시인의 ‘안부’라는 시가 떠오른다.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봄은 늘 그런 계절이다.
기다림의 계절.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손을 내밀고 싶던 것들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아내리고,
쌓였던 눈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볼 수 있다.
길었던 겨울이었다.
어깨를 웅크린 채 추위를 견디다 보니,
마음도 함께 움츠러들었다.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도
스며드는 한기를 막을 수 없었던 날들.
나에게 겨울은 늘 힘겨울 따름이다.
그저 겨울인 것만으로 그렇다.
겨울의 시간이 싫다기보다, 힘들다.
그 시간을 또 잘 지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잘 견뎌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길가에선 이름 모를 꽃들이
이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겠지.
모진 추위를 견디고서야 터트리는
작은 생명의 신호.
나무들은 서서히 새 잎을 틔울 테고,
바람은 더 이상 매섭지 않다.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하늘은 조금 더 푸르러졌다.
이렇게 봄이 온다.
기어코, 어김없이.
겨울을 견뎌낸 당신,
이제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길.
길가에 피어나는 작은 꽃들을 보며
한숨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길.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이 계절을
온전히 맞이하길.
잘 있노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이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