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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끄적거림

당신의 선택, 진짜 당신의 것일까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by 지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남들의 선택을 따라가려 한다. 그게 편하니까. 이미 누군가가 경험해보고, 좋다고 평가한 것들을 참고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 것 같고, 선택의 부담도 덜어지니까. 맛집을 찾을 때도,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도, 여행지를 고를 때도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먼저 검색한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쌓인 데이터는 분명 유용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남들이 좋다고 한 것이 나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까? 타인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나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반대로, 남들이 실패했다고 한 것을 피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도 나쁜 경험일까?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이 책은 정말 지루하다"고 평가했다고 하자. 하지만 내가 읽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 철학서가 나에게는 삶을 바꾸는 책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 별 감흥 없던 영화가 내겐 가슴 깊이 울리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별 감흥 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타인의 후기가 아닌, 나의 경험을 통해 진짜 내 것이 된다.


우리는 선택 앞에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한다. 이 길을 가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까? 저 선택을 하면 후회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고민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남들의 평가에 의해 형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한 길이 나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남들이 실패했다고 한 선택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나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느라 발걸음을 멈추지 말고, 과감하게 한 걸음 내디뎌 보자. 그 한 걸음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멋진 경험을 선물할 수도 있다.


선택을 고민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는, 때로는 직감을 믿어보자.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것이 쌓여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누구의 것도 아닌, 온전히 내 것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나쁜 선택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오히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기준을 다듬어 나간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번쯤은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니 때로는 남의 선택을 참고하는 대신, 그냥 한 번 부딪혀보자. 새로운 음식, 새로운 장소, 새로운 도전 앞에서 나의 감각을 믿어보자.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것 역시 값진 경험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경험은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또 우연이 주는 선물은 생각보다 큰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자등명(自燈明)

: 스스로 빛이 되라


"자등명"은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라는 뜻이다. 즉, 자신의 내면에서 진리를 찾고, 스스로 지혜를 밝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남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깨달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자등명"을 강조하며, 깨달음의 빛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마치 어두운 길을 걸을 때 남이 든 등불에만 의존하면 언제든 길을 잃을 수 있지만, 내 손에 등불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수보리라는 제자는 처음엔 외부의 가르침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야 "진정한 깨달음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그는 자기 내면에서 답을 구하며,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만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자등명은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힘을 의미한다.



법등명(法燈明)

: 가르침을 빛으로 삼아라


"법등명"은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는 뜻이다. 불교의 가르침, 즉 법(法)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그 길을 따라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비추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법을 등불로 삼으면 어둠에서 벗어나 진리의 빛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마치 나침반이 없으면 길을 잃기 쉽지만, 올바른 지침이 있다면 혼란 속에서도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사리불이라는 제자는 처음엔 방황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것을 삶에 실천하면서 점차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는 법을 진리의 등불로 삼아, 자신의 내면을 밝혀 나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법의 가르침을 따라가면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스스로 빛이 되어,

진리의 길을 따라가라


"자등명"과 "법등명"은 결국 우리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자등명은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는 것, 법등명은 진리를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종종 남들이 가리키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려 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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