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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련의 단계와 과정

몸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영혼으로

by 지안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종종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유연성을 기르고, 자세를 정교하게 맞추고, 근력을 키우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요가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변화 과정이라는 것을.


요가 수련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마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우듯이. 이 여정에서 우리는 몸을 넘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결국 내면의 고요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요가 수련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1단계: 몸을 의식하는 단계


요가를 처음 시작하면 대부분은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된다.

유연성을 기르고, 자세를 정교하게 맞추고, 근력을 키우는 데 몰두한다.

사실 처음에는 그게 전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몸이 이렇게 굳었었나?” 하는 놀라움,

“이 정도도 안 되다니…” 하는 실망감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중요한 자각의 시작이다.

그동안 무심하게 대했던 내 몸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


요가에서 말하는 몸은 단지 ‘기계적인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곧 삶을 담고 있는 그릇이고, 우리 내면의 상태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어깨에 들어 있는 긴장, 굳어 있는 골반, 비대칭적인 체형…

이 모든 것이 삶의 방식, 사고방식, 감정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요가 수련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그 흔적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강해지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몸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과정.

자세 하나하나를 수행하면서 점점 더 몸의 세밀한 감각이 깨어나고,

처음에는 몰랐던 작은 움직임들조차 느껴지기 시작한다.


또한 이 시기의 요가는 몸과의 대화를 복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어디가 불편하지?”

“지금 이 동작이 과한 건 아닐까?”

비난이 아닌, 관심과 존중의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몸을 도구가 아닌 존재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성과보다는 관계가 중요하다.

몸이 얼마나 유연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몸과 마주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몸을 대하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태도의 변화는 곧 삶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진다.

더 부드럽게, 더 여유롭게, 더 자비롭게.

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순간,

우리는 삶과 자신을 대하는 시선도 함께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2단계: 호흡을 이해하는 단계


요가 수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우리는 비로소 호흡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같던 호흡이,

이제는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섬세한 다리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호흡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호흡을 통해 현재로 돌아오는 법을 배우게 된다.

몸이 긴장되었을 때, 마음이 불안할 때,

잠시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면

우리는 즉시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요가에서 말하는 프라나야마(Prāṇāyāma)는 단순한 호흡 조절이 아니다.

‘프라나’는 생명 에너지, ‘야마’는 통제 혹은 확장이라는 뜻이다.

즉, 프라나야마는 단순히 호흡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

내 안의 생명 에너지를 다루는 수련이다.

깊고 안정된 호흡은 그 자체로 내면의 진동을 안정시키고,

감정과 사고의 흐름까지도 조율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특히 나디 쇼다나(교차 호흡), 브라마리(벌소리 호흡) 같은 기법은

감정 조절, 집중력 향상, 불면 해소, 불안 진정 등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 수련으로,

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조율할 수 있는 내면의 리모컨 역할을 해준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호흡이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불안과 긴장이 나를 덮을 때, 호흡만으로도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체감

요가가 단순한 신체 수련을 넘어서 삶의 도구가 되어간다는 징표가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요가 매트 위에서 익혔던 호흡이

현실의 갈등 앞에서도 나를 평온하게 붙잡아주는 힘이 되는 순간,

우리는 요가가 본격적으로 ‘몸에서 마음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다다른다.



3단계: 내면을 바라보는 단계


아사나와 호흡이 익숙해지고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하면,

요가는 자연스럽게 안쪽을 향한 여정으로 나아간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 자신’이라는 존재와 마주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매트 위에서 흘리는 땀과 집중은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이 아니라,

내면의 고요에 다가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제 요가는 움직임 속에서 멈춤을 배우는 시간이 된다.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며 들이마시는 인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흐름을 바라보는 집중,

감정이 일렁일 때 그것을 억제하지 않고 인식하는 수용.

이 모든 순간은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주 자기 관찰(Svadhyaya)이 일어난다.

예전 같으면 무의식적으로 휩쓸리던 감정들이,

이제는 ‘잠시 멈춰서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왜 내가 이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지?”

“이 불안은 어디서 온 걸까?”

“이 감정은 정말 지금 이 상황과 관련이 있는 걸까?”


이러한 내면의 질문은 마음속 층위를 한 겹씩 벗겨내며,

우리가 어떤 믿음을 갖고 살아왔는지,

어떤 상처를 품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정죄하거나, 현재의 나를 조급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연습이 시작된다.


이때 요가는 더 이상 기술이나 동작이 아니다.

삶을 관통하는 태도이자, 자기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다.

이러한 변화는 명상의 순간뿐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과 반응 속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요가가 삶 전체로 스며들기 시작했음을 느끼게 된다.



4단계: 의식의 변화를 경험하는 단계


요가가 점점 깊어지면, 우리는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더 이상 요가를 무언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삼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엔 유연해지고 싶어서, 몸이 편해지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이 단계는 요가 수행이 삶의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의식의 틀’ 자체를 바꾸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우리는 더 이상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매 순간의 선택과 행동 안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그 흐름이 세상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말하는 카르마 요가,

즉 ‘결과에 대한 집착 없이 행위 자체에 몰입하는 삶’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의식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요가적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우리는 점점 더 조용히, 깊이, 단단하게 살아가게 된다.


이 시기에는 종종 요가수트라, 바가바드 기타, 우파니샤드 같은 요가 경전에 관심이 생기고,

그 안에서 삶의 더 넓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피어난다.

‘나는 누구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같은

근원적인 질문들이 단지 철학적인 추상이 아닌, 살아 있는 현실의 화두가 된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요가는 더 이상 매트 위에서의 수행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수행이고, 일상이 명상이 되며, 삶 전체가 요가 그 자체가 된다.

의식의 초점은 점차 외부에서 내부로,

그리고 다시 내부와 외부가 다르지 않다는 일체감의 인식으로 확장된다.


그때부터 요가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요가가 ‘기술’이 아닌 ‘존재 방식’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단계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깊은 내적 전환의 본질이다.



5단계: 요가가 삶이 되는 단계


이 단계에 이르면, 요가는 더 이상 매트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요가가 나의 말투가 되고, 나의 생각이 되고, 나의 관계가 되기 시작한다.

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가로 존재하는 삶.

이것이 바로 요가의 궁극적인 상태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예전보다 더 쉽게 용서하고, 덜 반응하고,

무언가를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주 앞선다.

작은 일에 휘둘리지 않게 되고,

마음이 흔들려도 그 흔들림을 알아차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매일의 일상 출근길, 식사 시간, 대화 속, 고요한 저녁 그 어떤 순간도

요가의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아간다.

누군가에게 상냥한 말을 건네는 일,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 잠시 멈추는 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모두가 요가적 태도의 표현이다.


이제는 삶 전체가 하나의 수련장이 된다.

매트는 단지 연습의 시작점이었을 뿐,

이제 진짜 요가는 삶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 자신과의 매 순간 속에서 이어진다.


이 단계에서 요가는 더 많은 것을 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덜어내고 가벼워지려는 지혜로 바뀌어간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부드러워지며,

삶은 조금씩 더 깊은 평온을 품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요가가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갈무리 | 요가는 끝나지 않는 여정


요가의 여정에는 종착점이 없다.

우리는 단지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던 수련이,

어느새 마음을 다스리고, 관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고,

삶 전체의 결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요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어디쯤 와 있나요?

하지만 요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나요?”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왔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이루었느냐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가'

그것이 전부이다.


요가는 우리에게 완벽해지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의식적으로 살아가라고,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으라고,

우리 삶의 깊은 곳에서 조용히 속삭일 뿐이다.


요가를 시작했든, 잠시 멈췄든, 오래 지속하고 있든,

우리는 모두 여정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각자 다른 속도와 다른 리듬을 가지며,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고 아름답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의 호흡은 어디에 머물러 있나요?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떤 리듬으로 흐르고 있나요?


요가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그저 하루 한 번 나를 바라보는 시선,

한 호흡에 깃든 자각,

한 사람에게 내미는 따뜻한 말,

그 모든 것 속에 살아 있다.


그렇게 매 순간을 살다 보면,

우리는 점점 더 자신다운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온전하게 요가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깨달음이 찾아온다.


“나는 요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요가 그 자체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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