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가와 일상의 연결

요가수트라에서 배우는 삶의 태도

by 지안

이제 요가는 단순한 몸의 움직임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방식까지도 깊이 있게 다듬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가 철학은 수천 년 동안 우리에게 지혜를 전해주며, 변하지 않는 진리를 통해 일상을 더 평온하고 의미 있게 만들도록 도와준다. 그중에서도 『요가 수트라』와 『바가바드 기타』는 요가의 본질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경전이다. 여기서는 이 두 책에서 전하는 중요한 가르침을 몇 가지 뽑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매트 위에서 우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몸을 움직이고 멈추면서,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하지만 수련이 끝나고 매트에서 내려온 순간, 요가는 끝나는 걸까? 요가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 우리가 매트 위에서 배운 것들을 일상 속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면, 요가는 비로소 완전해진다.




요가가 삶이 되는 순간들


1. 아힘사(Ahimsa) : 나와 타인에게 친절하기 �


아힘사는 사실 종교적 목적으로 불상생을 의미하는 뜻에서 시작한 단어이다. 모든 부정적 카르마(업) 중 가장 최악이 생명을 죽이는 일이었기 때문에,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이 하나의 다르마(법)로써 강조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아힘사는 일상적인 부분으로 의미가 확장되었고, 이제는 단순한 '비폭력'을 넘어 '해치지 않음'과 '자비'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력을 신체적인 행위로만 인식하지만, 사실 말과 생각에서도 비폭력은 중요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에게 가혹한 말을 내뱉는가?


“왜 이렇게 게으르지?” “나는 왜 항상 부족할까?”


이런 말들이 쌓이면 우리는 스스로를 다그치고 상처 입힌다. 타인의 부정적인 말보다 더 강력한 것은 바로 내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비판적인 목소리이다. 아힘사는 단순히 남을 해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친절할 것을 요구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타인에게도 진정한 의미의 비폭력을 실천하기 어렵다.


매트 위에서 우리는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오늘따라 유난히 뻣뻣한 몸도, 완벽하지 않은 자세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그것이 곧 아힘사의 실천이다. 몸을 탓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를 존중하는 것. 몸이 유연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했을 때,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 다정하게 대해보자. “오늘은 좀 힘들었구나.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충분히 잘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힘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실천이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하는 폭력을 줄이고,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길 위에 서 있게 된다.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해 보자. 상대의 실수를 용납하는 순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판결 내리지 않고, 날 선 언행으로 대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고, 수용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도 요가를 선물하는 것이다.


아힘사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선택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내게도, 타인에게도, 세상에도 더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를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요가가 삶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2. 사티야(Satya) : 진실한 삶을 살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스스로에게 솔직할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혹은 사회적 기대 안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원하는 것을 뒤로 미루곤 한다. 때로는 조화를 위해, 때로는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서, 그리고 때로는 내 마음보다 남들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하지만 요가수트라에서 말하는 사티야(Satya), 즉 ‘진실함’이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삶을 의미한다.


사티야(진실함)를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타인을 속이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정작 자신을 속이며 살 때가 많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바쁜 일상 속에서 흘러가듯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이게 맞겠지.”라며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다 보면, 언젠가 삶이 버겁고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나 자신에게 진실하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솔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티야는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에 대해서도 진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이든 거침없이 내뱉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부합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티야의 실천이다.


진실함은 조화를 만든다.

사람들은 종종 진실을 말하는 것이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티야는 단순한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다. 요가수트라에서는 사티야가 아힘사(Ahimsa), 즉 비폭력의 원칙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진실을 말하되, 그것이 상대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즉, 진실함과 자비로움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무조건 긍정적인 말만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배려와 함께 전달된다면, 진실함은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사티야를 실천하는 작은 연습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티야를 실천할 수 있을까? 요가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음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남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나의 진실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내 내면의 진실과 일치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진실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사티야는 단순히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진실한 삶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보자. 그리고 그 진실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 보자. 그것이 바로 요가가 말하는 사티야의 길이다.




3. 타파스(Tapas) : 내면의 불꽃을 키우는 힘


요가에서 ‘타파스’는 불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한 불길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꾸준히 타오르는 열정과 인내의 불씨를 뜻한다. 요가는 단순한 유연성 훈련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가꾸고 성장시키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 바로 타파스다.


요가수트라에서 말하는 타파스는 ‘자신을 정화하고 단련하는 힘’을 의미한다. 즉, 고된 훈련이나 극단적인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뜻하는 거다. 가령, 요가 수련을 할 때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이처럼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우리는 점차 단단해지고, 더 나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삶에서도 타파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떤 목표를 이루려 할 때, 처음에는 설렘과 의욕이 넘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치거나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반드시 대단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작은 노력이라도 매일 쌓아가는 것이다. 작은 불씨를 꾸준히 지켜보면 점점 더 강한 불꽃이 되어 우리 삶을 따뜻하게 비춰줄 거다.


일상에서 타파스를 실천하기.

타파스는 요가 매트 위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1. 작은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기

매일 10분씩 요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피곤하더라도 매트 위에 서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시간이 부족하다면 단 5분이라도 몸을 움직여 보자. 중요한 건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는 거다.


2. 감정의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

때로는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불편함을 회피하기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자. 타파스는 단순한 신체적 인내가 아니라, 내면의 성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3. 목표를 향한 작은 한 걸음 내딛기

어떤 목표든 시작이 중요하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하루 한 문장이라도 적어보는 것, 건강해지고 싶다면 물 한 잔을 더 마시는 것, 이런 작은 변화들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 간다.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법.

타파스의 불꽃은 한순간 활활 타오르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타오르며 삶을 따뜻하게 밝히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때로는 힘이 빠질 때도 있고, 다시 불씨를 붙여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크고 작은 불꽃을 피우며 나아가고 있다. 당신의 타파스는 어떤 모습인가? 그 불씨를 지켜보면서,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자신을 성장시켜 보자.




4. 아파리그라하(Aparigraha) : 집착을 내려놓는 용기


살다 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꼭 붙잡고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물질적인 것, 타인의 인정, 과거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안… 하지만 요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로 이 모든 것을 붙잡고 있어야 할까?”


아파리그라하는 비집착을 의미하는 요가 원칙이다. 단순히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꼭 쥐고 있는 것들이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돌아보라는 의미에 가깝다.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마음은 더 가벼워지고 삶은 더 유연해진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선택하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한다. 더 좋은 집, 더 비싼 옷, 더 많은 돈… 하지만 정작 그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까? 요가에서는 소유보다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집착은 곧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무언가를 잃을까 봐, 혹은 충분하지 않을까 봐 불안해지는 것처럼. 하지만 아파리그라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해.”

“너 자체만으로도 충분해.”


물질뿐만 아니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사랑을 소유하려 하면 오히려 관계는 무거워지고 불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흘러가도록 두면 관계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일상에서 마라피그라하 실천하기.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기

혹시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쌓아두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과거의 후회나 상처를 계속 곱씹고 있지는 않나?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아파리그라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 과거에 대한 후회를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호흡을 가만히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보자. 현재에 머무를 때, 불필요한 걱정과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버릴수록 채워진다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나면 공간이 넓어지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집착을 내려놓으면 더 많은 가능성이 들어올 수 있다.

꼭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것이 결국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손을 놓아야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

아파리그라하는 단순히 ‘포기하라’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꼭 쥐고 있는 것들이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돌아보라는 의미에 가깝다. 우리가 집착을 내려놓을 때, 마음은 더 가벼워지고 삶은 더 유연해진다. 가끔은 손을 놓아야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오늘, 한 가지라도 내려놓아 보자. 불필요한 물건, 쓸데없는 걱정, 타인의 시선… 그중에서 가장 나를 가볍게 만들어 줄 것은 무엇일까?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아파리그라하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조금 더 가벼운 하루를 살아보는 건 어떨까?




5. 산토샤(Santosha ) :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기


요가에서는 산토샤(만족, 감사)의 가치를 강조한다.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만족할 수 없다. 모든 불행은 탐욕을 기반으로 한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절대 허황된 소리가 아니다. 매트 위에서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라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해진 몸, 오늘따라 깊어지는 호흡, 이 작은 변화에 감사할 줄 아는 순간 우리는 요가를 진짜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이 어지러워서 요가가 잘 되지 않는 때에도 산토샤를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산토샤는 만족과 감사에 대한 실천이지만,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조건 없는’이다.


“이것만 이루면 행복할 거야.”

“조금만 더 나아지면 만족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들은 우리를 끊임없는 결핍 속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원하는 것을 이룬 순간에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만족을 유예한 채 살아간다. 요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순간은 충분하지 않은가?”


매트 위에서 배우는 만족과 감사

요가를 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산토샤를 연습하게 된다. 어떤 날은 몸이 가뿐하고, 어떤 날은 무겁다. 어떤 날은 아사나가 편하게 잡히지만, 어떤 날은 작은 동작조차 버겁다. 그러나 요가의 목적은 결코 ‘완벽한 자세’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해진 몸에 감사하기

오늘따라 깊어지는 호흡을 알아차리기

원하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도, 몸이 내는 신호를 존중하기


이 작은 변화를 감사할 줄 아는 순간, 우리는 요가를 진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매트 위에서 배운 산토샤가 일상에도 스며들고 있음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산토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우리는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다. 만족은 거창한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을 느끼는 것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는 여유

사랑하는 사람과 주고받는 짧지만 따뜻한 인사

지친 하루 끝에 편안한 침대에 몸을 뉘일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감사할 이유가 된다.


조건 없는 만족과 감사

산토샤는 단순히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자’는 태도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건 없는 만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면 만족해.”라고 말하지만, 그 말속에는 ‘어느 정도 기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산토샤는 그런 조건부 만족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을 때도 만족할 수 있는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감사할 수 있는가?

외적인 성취가 없더라도,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가?


이것이 산토샤가 가르쳐주는 깊은 의미다.


오늘, 산토샤를 연습해 보자

하루를 보내면서 잠깐이라도 멈춰서 생각해 보자.


나는 지금 만족하고 있는가?

오늘 하루 동안 감사할 일이 있었는가?


우리는 종종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현재를 소홀히 여긴다. 하지만 요가는 ‘어디에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도록 돕는다. 그러니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보자. 그리고 그 순간에 숨을 불어넣어 보자.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아름답다.”




6. 프라나야마(Pranayama) : 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기


숨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현재에 머물 수 있다. 하루 동안 우리는 몇 번이나 깊고 온전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 상태를 돌이켜보면, 불안할 때 숨이 가빠지고, 화가 날 때 숨을 참으며, 긴장할 때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얕은 호흡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평온하고 안정된 순간을 떠올려 보면, 호흡이 길고 깊었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호흡과 감정의 연결

요가에서는 오래전부터 호흡과 감정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가르쳐왔다. 고대 요가 경전에서도 호흡을 ‘프라나(Prana)’, 즉 생명 에너지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겼다. 프라나야마(Pranayama)는 단순한 호흡법이 아니다. 프라나(생명력) + 아야마(조절, 확장)의 합성어로, 숨을 통해 우리의 에너지를 다스리고, 감정을 정화하며, 내면의 평온을 찾는 강력한 도구이다.


요가를 할 때 우리는 호흡과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그 호흡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힘을 가진다는 걸 배운다. 어떤 날은 동작이 어려워도 호흡이 깊으면 편안하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쉬운 동작이라도 호흡이 불규칙하면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요가 수련에서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 아니라 ‘호흡’이다.


일상 속에서 호흡하기

우리는 호흡을 통해 언제든 마음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바쁜 하루, 쌓인 업무, 끝없는 고민들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깊이 숨을 들이쉬어 보자.


1.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우는 느낌을 음미하며 깊고 길게 들이쉰다.


2. 잠시 숨을 머금는다.

이 순간, 호흡이 머무는 곳에 집중하며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는 걸 느껴본다.


3. 길게 내쉬며 긴장을 흘려보낸다.

‘하아—’ 소리를 내며 숨을 내쉬는 것도 좋다.

마치 몸속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상상해 보자.


이렇게 단 몇 초만이라도 ‘의식적인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급할수록, 불안할수록 천천히 숨 쉬기

마음이 급해질 때일수록, 불안할 때일수록 우리는 호흡이 가빠지고 짧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한 박자 쉬어가며 깊은숨을 쉬어보자. 호흡을 가다듬는 연습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은 차분해지고, 생각은 선명해진다.


기억해 보자.

깊은숨 한 번이, 우리가 요가를 수련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매트 위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어느 순간에도 우리는 호흡을 통해 요가를 실천할 수 있다.




7. 갈무리 : 마침내, 요가가 삶이 될 때


요가는 더 이상 매트 위에서만 머무르는 수련이 아니다.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 선택하는 태도, 관계를 맺는 방식, 감정을 다루는 법 속에서 요가는 함께 존재한다.


아힘사의 따뜻한 시선,

사티야의 정직한 마음,

타파스의 꾸준한 실천,

아파리그라하의 가벼운 내려놓음,

산토샤의 조건 없는 감사,

프라나야마를 통한 고요한 호흡…


이 모든 것들은 단지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서 살아낼 수 있는 실천의 언어들이다.


때로는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요가는 늘 말한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작은 호흡 하나에 집중하며,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묻는 그 순간—요가는 이미 우리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다.


요가란 결국,

나를 아끼는 연습이며,

타인을 이해하는 노력이며,

지금 이 순간을 깊이 살아내는 기술이다.


오늘도 우리는 매트 위에서 배운 그 지혜들을 가슴에 품고,

삶이라는 더 넓은 공간 속에서 요가를 이어간다.


그렇게, 요가는 단지 수련이 아니라 삶이 되는 중이다.

keyword
이전 12화요가 수련의 단계와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