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좋겠다.
겨울이면 흙 속에 파묻혀
그 존재를 잃지만
봄이 오면 제 꽃을 피우니까.
나무들은 좋겠다.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로
맹렬한 추위를 맞지만
계절이 돌아오면
반드시 제 잎을 피우니까.
제 꽃을 피우니까.
이렇듯
그들의 노력은
대부분 결실을 맺으니까
꽃과 나무가 부럽다.
몇 백 년 제자리를 지키며
매해 잎을 피우고
가을 햇볕에
무르익는 은행나무.
이곳저곳 자유로이 여행하고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나.
누가 더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
제각각,
저마다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축복인 것 일까.
나무와 꽃들은
저마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까?
자유. 의지.
그들과 우리 사이의 가장 큰 차이로 불리는 것.
마음이 있으니
우리는 그들보다 자유로울까.
꽃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나무에게 물었다.
“너는 행복하니?”
그들은 오로지
햇살을 받았고
바람을 쐬었다.
꽃과 나무는 아무 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