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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Mar 22. 2023

‘맞춤’에 대하여. [글]

그림책 ‘삼거리 양복점’을 읽고

여러분은 기성품이 아닌, 맞춤으로 무언가를 구매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평균에 맞춰 생산된 ‘기성품’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맞춤’을 이용합니다.


물론, 자주 이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맞춤은 기성품에 비해, 매우 비싸거든요.

대량 생산이 아닌, 소량생산이며,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겨울, 저는 맞춤으로 액자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을 넣기 위해서였지요. 문구점이나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액자로는

크기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긴 제작기간과 높은 가격을 투자해서 만든 맞춤 액자는

투자비용 대비 만족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기성품이 오히려 더 깔끔하고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어, 비싼 값을 치르고도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얼마 전 우연히, 한 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작가님께서 말하길 자신은 결과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했습니다.

과정에는 작가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효율성이 높은 기성품에는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지나가는 길가에 수없이 많은 돌멩이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그 돌멩이를 품에 안고 살지는 않지요. 그런데 만약 첫사랑이 선물해 준 돌멩이라면 어떨까요.

그 돌멩이를  볼 때마다 지나간 추억이 생각나겠지요. 아리따운 손수건에 감싸서 서랍 속이나,

작은 상자 속에 보관할 겁니다. 생김새는 똑같은 돌멩이나 그 돌멩이는 분명 길가에 널브러진

수많은 돌들 중 하나는 아닐 겁니다.


맞춤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맞춤을 직접 만든 한 장인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테고요,

그 제품을 받아 사용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또 담길 것입니다. 과정이 많을수록

손이 많이 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쌓여갈 것입니다.


맞춤액자를 제작하는데 꽤나 큰 비용과 긴 시간이 들었고, 완성된 제품이 기성품에 비해 크게 뛰어난 점을 찾지 못해

아쉽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맞춤 액자‘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 맞춤‘을 한다고 말했을 때, 누군가는 왜 그렇게 비효율적인 것을 하느냐고 물을 수 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진 효율적인 제품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 맞춤‘ 에 대해 꽤 긍정적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꽤 비효율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매주 수요일 작가님들과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는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아스터 작가 https://brunch.co.kr/@asterchoi

암사자 작가 https://brunch.co.kr/@amsaja

영주 작가 https://brunch.co.kr/@leeyoungjoo

가둥 작가 https://brunch.co.kr/@3907kgh

기이해 작가 https://brunch.co.kr/@kih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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