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Jan 09. 2020

'리'에서 '시'로 오다.

1월 6일(월)-퇴사 6일


할머니 댁 가는 날. 남들은 할머니가 계신 시골로 내려 간다고 하지만, 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리‘에서 충주’시‘로 간다. 공황장애가 있어서 고속버스 타고 충주로 내려가는 건 힘들어서 아버지께서 차로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했던 책 발송을 위해 우체국을 다녀왔다. 아버지를 만나고 조금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오늘 세차 안 하셨단다. 이상하게 아버지께서 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징크스가 있는데 이번에는 운 좋게 징크스를 피해갔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나를 태우고, 충북 음성으로 갔다.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고모를 태우고 가기 위함이다. 고모는 나와 같이 4박 5일 나에게는 할머니, 고모에게는 어머니 집에서 머무를 셈이다. 고모는 병원에서 외박을 받았고, 나는 백수가 되어 시간이 남았다. 모두 태우고 할머니 집으로 출발!

     

도착하자마자 캐리어 가방 하나와 빨간색 장바구니, 에코백 하나를 차에서 내렸다. 매일 하루, 이틀 정도만 머무르다가 양평으로 올라 왔었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4일 밤을 자야한다. 매일 아침마다 물을 끓이고, 저녁 때 되면 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수 3통과 반찬 내 입맛에 맞는 것이 없을까봐 고추참치 3캔, 김 3봉, 물티슈 1곽, 공황장애 약과 비상약을 챙겼다. 그리고 다들 일찍 주무셔서 노트북에 정주행할 드라마 몇 편과 책 두 권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충주에 있으면서 누군가라도 만나게 되면 내 책을 선물로 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우이서;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책 3권과 <고구마;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 책 3권, 그리고 싸인본을 드리기 위해 네임펜을 챙겼다.     


할머니, 아버지, 고모, 나. 이렇게 네 식구가 다같이 모인게 2년만인가. 외식을 하러 갔다. 아버지는 내게 핸드폰으로 맛집을 검색해보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맛있는 고기, 싼 데 안다며, 명함 받아두었다고 그곳으로 가자고 하였다. 할머니 성화에 못 이겨 음식점에 갔다. 갈비찜이라... 주문을 했다. 그리고 나는 딱! 한 입 먹고, 갈비탕을 주문했고, 국물에 밥 말아서 억지로 음식물을 삼켰다. 역시... 국내산은 쌀 뿐이였다. 할머니도 지난번 먹었을때는 이 맛이 아니였는데 맛이 이상하다며 질색팔색 하셨고 아버지도 억지로 드시고 탄산음료를 주문해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냥 내가 우겨서 맛집으로 찾아갈 걸. 음식에 있어서는 다시는 할머니의 확신을 믿지 말아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마트에 갔다. 고모는 콜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 당뇨가 있어서 허락되지 않는 음료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두유 코너로 갔다. 검은콩, 두유, 혼합곡물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비싼게 맛있겠지”하며 두유 중에 가장 비싼 것을 고르셨다. 우와~ 난 백수라서 먹을거라도 아끼려고 저렴한 거 먹으려고 하는데 몇 천원 차이 밖에 안 나지만 값나가는 두유를 고르는 아버지의 멋짐 폭발!     

그렇게 멋진 아버지와 두유 한 박스, 반찬 몇 가지, 때마침 시작한 생리로 인하여 생리대 득템! 고모가 쓰는 로션을 구입하였고 계산은 아버지 카드로 했다. 생리대값 굳었다. 하하-     


충주에서 첫째날 밤, 와이파이가 안 되는 할머니 댁 조건 속에서 내 핸드폰 인터넷은 무제한이지만, 설마... 돈이 나가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백수는 쫄아서 핸드폰은 내려놓고 책을 손에 잡았다.


우리 넷. 같은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고모와 맞춰 입은 잠옷


매거진의 이전글 벌써 12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